그래픽=시대


올해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큰 폭으로 늘고 총저축률이 40%를 웃돌았지만, 성장의 온기가 가계로는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 부문 소득은 크게 늘어난 반면 노동소득인 피용자보수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제한됐고 가계 순저축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9.2% 증가했으며 총저축률은 41.7%로 뛰었다.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남긴 몫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 중 대기업 이익과 밀접한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7.0% 급증했지만 노동자의 임금 소득을 뜻하는 피용자보수는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 부문으로 소득이 집중된 반면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개선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의미다.


가계의 여력도 오히려 약해졌다. 올해 1분기 가계 순저축률은 8.8%로 전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총저축률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경제 전체의 저축 여력은 커졌지만 가계만 놓고 보면 지갑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늘어난 국민소득과 저축 여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해진 셈이다.

정부는 부동산에 묶인 자금 흐름을 생산적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이라고 하는 것이 부동산에 매여 생산적 영역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투기 중심의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 담보대출 등 안정적 수익원에 머무르기보다 첨단산업, 혁신기업, 지역경제 등 실물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은행권은 부동산 담보 중심의 여신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책금융기관도 중소기업·혁신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실제 기업과 산업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1분기 말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1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과 산업 부문으로 자금 공급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개별 금융회사들의 지원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대상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AI 기업 애자일소다와 직접투자·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신한은행은 삼성중공업·한국무역보험공사와 조선 산업 수출경쟁력 강화 및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상생금융 지원 협약을 맺었다.

다만 서민 경제의 체감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은행권이 고금리 국면에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둬온 만큼, 취약차주 지원과 금융비용 부담 완화 등 사회적 환원 요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별개로 상생금융 부담까지 커질 경우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생산적 금융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넘어 금융기관의 미래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생산적 금융은 정부의 푸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이 가야 할 방향임이 분명하다"며 "미래 산업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하고, 그것이 금융의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들이 생산적 금융을 발굴하는 선구안을 더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