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매섭게 할퀴고 간 한주였다. 볼라벤과 덴빈이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 전국에 비바람을 뿌렸다. 제주 등지는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마의 상처가 깊다. 추석을 앞두고 식탁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체감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전반적인 경제뉴스도 '비 오고 흐림'이 지배적이다. 2학기 개학을 맞아 등록금 부담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은 걱정이 태산이고, 집 때문에 울고 웃는 하우스푸어·렌트푸어의 한숨도 깊어만 간다. '천고마비의 계절'에는 우리네 살림을 살찌울 희망가가 곳곳에서 들려오기를…. 

◆전세대출 22조 사상 최대
 
'렌트푸어' 전세자금 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원회와 국민은행 주택동향조사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금융권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3000억원(10.2%) 증가했다. 1~5월을 기준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다. 전세가 상승에 따라 부족한 차액을 대출로 해결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전세자금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구조적 문제인 탓이다. 계약서상엔 전세이지만 실질적으론 '은행에 월세 내는' 렌트푸어들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하우스푸어 대책 논란

하우스푸어 문제가 뜨겁기는 한가보다. 곳곳에서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사들여 다시 주인에게 임대해주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새누리당 역시 공적펀드를 조성해 같은 방식으로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매입 대상과 재원 마련 등 난제가 남아있어 실제 추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측은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본질은 뒤로 하고 정책 차용 논란까지 불거지는 것을 보니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나보다.


◆대기업 내부거래 42조 증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좀처럼 고쳐지지 않을 기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계열사간 내부거래금액이 지난해보다 41조원 넘게 늘어 190조원에 육박했으며 매출액 비중도 13.2%에 달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 중에선 삼성을 제외한 9개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재계는 공식 견해를 내놓진 않았지만 정당한 내부거래까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곤혹스러운 눈치다.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은 연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도 재벌가 오너들의 곳간은 안전한 듯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애플-삼성 소송 점입가경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이 점입가경이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소송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도쿄지방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일본법인 등에 1억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미국 지방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에 손해배상을 부과했다. 같은 날 한국 법원에서는 양측의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양사의 스마트폰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삼성과 애플은 특허기술과 디자인 등을 놓고 세계 10개국에서 50개 이상의 소송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후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 신용등급 상향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3'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Aa3 등급은 무디스가 매기는 신용등급에서 상위 네번째에 해당한다. 중국, 일본도 같은 등급이다. 경제 충격에 대한 회복력, 북한 붕괴 위험 감소 등이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2010년 이래 통합재정수지가 흑자추세를 보이고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안정적이어서 한국의 재정여건은 매우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서민들은 국가 신용등급보다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카드빚 연체 등으로 개인 채무불이행자가 1년새 24%나 올랐다는 소식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하다. 그만큼 살기 고달프다는 반증은 아닐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