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을 경쟁 입찰을 통해 재선정키로 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혈투가 시작됐다.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이 되면 연간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출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수수료 수입도 연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총괄수탁은행인 우리은행 외에 일반수탁은행인 신한·NH농협·하나·기업은행이 수탁은행 선정 경쟁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5년 전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우리은행에 내준 KB국민은행도 입찰에 뛰어들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내년 1월7일까지 입찰제안서 접수를 받고, 제안서 평가를 통해 1월 중순 총괄수탁은행 1곳과 4곳 내외의 일반수탁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 우리은행 수성이냐, 신한은행 쟁탈이냐
'빅 매치'의 핵심은 총괄수탁은행 자리확보다. 현재 총괄수탁은행을 맡고 있는 우리은행은 전사적으로 수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담당부서에는 '국민주택기금 총괄수택은행 기필코 우리가 사수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릴 만큼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수탁은행은 청약저축, 전세자금 대출 등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요자대출만 취급할 수 있는 반면 총괄수탁은행은 개인·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 대출까지 가능하다"며 "지난 5년간 총괄수탁은행 업무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확충하고 담당인력을 교육시키며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고 이제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상황인 만큼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총괄수탁은행 자리를 빼앗길 경우 그동안의 수십억원대의 투자비용이 '매몰비용'(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될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전세자금 대출수수료로만 16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통장 판매 등으로 고객층도 넓혀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청약저축통장 계좌 수는 370만좌로 전체 수탁은행 중 1위"라며 "우리은행의 신규고객 확보 및 기존고객 이탈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우리은행에 맞설 '신흥강자'로는 신한은행이 첫손에 꼽힌다. 2008년 주택기금 업무를 처음 시작한 신한은행은 단 5년 만에 발군의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액은 2008년 수탁은행 총 대출액의 9.1%에서 올해 10월 기준 21%로 급성장했다. 전세자금 대출액 성장률로 보면 5개 은행 중 최고이며, 대출규모 면에서도 총괄수탁은행인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수탁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약저축통장 계좌도 약 300만좌를 확보하며 1위인 우리은행(370만좌)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의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음에도 은행 임직원이 혼연일체의 태도로 어떤 은행보다 열심히 해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은 신한은행이 총괄수탁은행이 아니어서 (신한은행) 고객이 사업자 대출을 받으려면 타 은행에 가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입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도시형생활주택자금 저리대출 등을 그동안 우리은행에서 독점 취급해왔는데 이러한 사업자대출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토지소유자 중에는 자산가가 많아서 총괄수탁은행이 되면 자산가 고객층을 유치하는 부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NH농협은행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NH농협은행은 '순수 국내자본'의 정체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최대기금인 국민주택기금으로 얻는 수익이 외국자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 은행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00% 토종은행'으로 지역밀착형 농업인·서민전문 은행을 표방하는 NH농협은행이 국민주택기금의 성격과 가장 잘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NH농협은행은 점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집된 다른 은행과는 달리 모든 시·군·구에 고루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터줏대감' KB국민은행 재입성
KB국민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는다. 당초 은행권에서 유력 총괄수탁은행 후보로 거론됐지만, 자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괄수탁기관에 입찰하고자 하는 기관은 입찰일 현재 국민주택기금의 수탁기관으로 업무를 수행중인 기관으로 KB국민은행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입찰에는 일반수탁기관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재입성은 이번 입찰에 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이 설립되면서 이를 관리해온 곳이 국민은행(구 주택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터줏대감'의 귀환인 셈이다.
지난 1981년 국민주택기금이 설치되면서 당시 주택은행이 기금을 관리해왔으며 국민은행과 합병된 후에도 주택기금 관리는 국민은행이 전담해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사이에 위탁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2008년 정부가 경쟁 입찰제를 도입하자 국민은행은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원 확대가 여의치 않은데다 청약상품을 팔 수 없어 고객이 이탈하면서 수탁은행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입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랫동안 국민주택기금을 관리해온 노하우와 안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탁은행으로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며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전행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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