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몇몇 대형건설사 중심의 아파트 광고만이 간헐적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극심한 경기불황 탓에 소비자의 시선에서 멀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채널만 돌리면 여지없이 아파트 광고 홍수로 넘쳐났던 건설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이상 내려갈데 없는 바닥권에 들어섰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최근 대형사를 비롯한 국내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정체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체적인 위기극복과 역량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현대판 보릿고개를 걷고 있는 작금의 건설사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암울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임원을 감축하거나 부서 통폐합을 통해 그동안 잔뜩 부풀어 오른 몸집을 슬림화하는 등 강도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기업 슬림화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2009년부터 불어닥친 국내 건설시장 불황의 터널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경제 불확실성이 상당수 작용됐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모처럼 만나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회사에 앉아 있는 것이 마치 가시방석 같다"며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붕정만리'(鵬程萬里) 형국과 다를 바 없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극심한 침체와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비춰볼 때 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한 기업 슬림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무리한 투자보다 몸을 사리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하겠다. 무엇보다 예년과 달리 내년 새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추락한 경제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건설업계의 처진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업계는 연일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이 붕괴되면서 수요자들의 구매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미분양은 나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무장한 대형사를 제외한 주택공급 중심의 중견사들은 신규사업에 나서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수요가 자취를 감춰 정체된 시장에서 공급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쩌면 건설업체에는 모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범의 눈처럼 매섭게 부릅뜨고 우직한 소처럼 매사 신중하게 걸어가라'는 뜻이다.
현재의 위기는 마치 지나가는 바람과 같아서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므로 허우적대지 말고 호랑이의 눈처럼 날카롭고 소의 걸음처럼 느리지만 안정된 보폭을 유지하면 길고 긴 불황의 시대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지혜와 통찰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불황의 끝이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는 바람임에 분명하다. 거센 폭풍이 지난 후에야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 듯 움추렸던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건설사들의 새로운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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