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을 시샘이라도 하듯 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한 주다. 박근혜 시대의 개막에 앞서 경제공약들이 한창 담금질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미흡하고 '경제민주화'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권교체 시기만 되면 '인상 도미노'를 보이던 공공요금이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가뜩이나 한파가 길어지는데 보일러조차 맘놓고 때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서민들의 현실이다. 농심의 라면스프 원료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또 검출됐다. 다행히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니란다. 소비자도 소비자지만 식품업체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 

◆국민행복연금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내년 7월부터 국민행복연금이 도입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박근혜 정부 5년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 국정 운영 목표를 지난주 발표했다. 국민행복연금 수급 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전체지만 지급 액수는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하위 70%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에게는 20만원,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14만원에서 20만원이 지급된다. 소득상위 30%는 연급이 가입하지 않은 경우 4만원, 가입자는 최대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암과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환자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은 2016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간병비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는 제외된다.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박근혜 정부. 곳곳에서 불협화음 소리가 들리지만 치밀한 계산과 전략으로 국민세금을 헛되이 쓰지 않기를….


◆쏙 빠진 경제민주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빠진 것을 두고 공약 이행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주장한 핵심 공약으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 중 첫번째로 꼽은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정목표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아닌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공약집의 경제민주화 추진 계획이 국정과제 자료집에서는 내용이 모호하게 표현되거나 달성목표로 제시한 수치가 없어지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의 불법행위 근절도 자료집에서는 크게 약화된 수준이어서 재벌에 대한 압박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부당한 시장 지배력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경제민주화가 선거철에만 사용되던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공공요금 인상 ‘도미노’

지난 1월 전기와 수도요금 인상에 이어 2월에는 도시가스요금, 3월에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요금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22일부터 도시가스요금을 소매가격 기준으로 평균 4.4% 인상했다. 지난해 6월30일 평균 4.9%를 인상한 뒤 약 7개월 만이다. 월 10만원 정도 도시가스요금을 내는 가구라면 매달 4000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3월에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요금도 인상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2일부터 고속버스는 평균 4.3%, 시외버스는 평균 5.8%를 올리기로 했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부산이나 광주까지 갈 경우 일반버스는 600원, 우등버스는 800~900원을 더 내야 한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정권 교체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정'이라고 간과하기에는 서민경제에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입됐던 분양가상한제가 8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최근 건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확정될 경우 당장의 효과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인 만큼 이번 폐지 정책을 마냥 반대만 할 순 없는 상황이다. 단 정치적 논리인지 시장 논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왔다갔다'하는 모습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이후 또 다른 부작용이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미연의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 연쇄부도 '공포'

건설업계가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쌍용건설은 2월28일 만기 도래하는 어음 및 채권 6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대주주인 캠코가 더이상 추가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 결정적이다. 시공순위 13위의 쌍용건설마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1400여개의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폐업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8개국 17개 현장에서 진행하는 3조원 규모의 공사도 접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은 최고가 매각을 고집한 캠코가 쌍용건설 부도를 방치했다고 비난하고 있고, 누리꾼들은 부실기업에 더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해선 곤란하다며 받아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논쟁의 중심에 선 해외건설의 명가는 빛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