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스포츠계 '키다리 아저씨'로 등극한 곳은 KB금융그룹이다. 수년간 동계올림픽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를 후원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원한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까지 기록해 KB금융 브랜드 이미지도 급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KB금융이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후원한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건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와 여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3000m 계주), 은메달(1500m), 동메달(1000m)을 거머쥔 심석희 선수, 편파 판정 끝에 은메달을 딴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등이다. 이 중 심석희 선수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 및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이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둔 이유는 김연아와 이상화 같은 스타급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계올림픽보다 상대적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설이 취약한 점도 영향을 줬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열악한 환경에 주목하고 인기 스포츠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계올림픽 선수 지원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명에서 피겨여왕까지… 김연아 8년째 후원
그렇다면 KB금융이 그동안 후원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비인기종목 때부터 KB금융이 꾸준히 후원한 대표적인 선수는 피겨여왕 김연아다. KB금융은 2006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피겨 유망주 김연아 선수를 발견하고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이후 김연아 선수는 2007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비상을 해왔다. KB금융은 후원계약과 광고모델계약을 병행하며 김연아 선수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은퇴무대로 치러진 소치 올림픽에서도 김연아 선수는 피겨여왕의 명성에 걸맞은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피겨인생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수억 명이 시청한 가운데 은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의 가슴에는 KB금융의 로고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 같은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정확한 통계로 계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연아처럼 세계적인 선수의 경우 한해 홍보 효과만 50억원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세계선수권대회처럼 큰 대회는 한번 출전할 때마다 인터뷰나 선수복 광고를 통해 약 20억원 정도의 광고 효과를 보는데 해마다 크고 작은 대회를 3~4차례 치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브랜드 노출효과도 컸지만 직원들의 자부심 고취효과는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게 KB금융 관계자의 말이다.
◆김해진·컬링 국가대표도 지원
17살 동갑내기이자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김해진과 박소연 선수도 KB금융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김해진 선수는 2010년, 박소연 선수는 2014년 각각 후원계약을 맺고 대한민국 피겨 미래를 더욱 밝히고 있는 것.
KB금융 관계자는 "협력자이자 라이벌 관계이기도 한 두선수의 활약이 앞으로 한국 여자 피겨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KB금융은 이 외에도 미모와 경기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컬링 국가대표팀과도 함께 하고 있다. 컬링은 얼음 위의 체스로 불릴 만큼 심리적인 요소가 강한 두뇌 스포츠다. 해외에서는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낯선 경기 방식과 경기장 부족 등으로 비인기 종목에 머물러 있다.
국내 등록선수는 700명도 채 안 된다. 이는 컬링이 국기인 캐나다 등록선수 200만명과 비교하면 0.000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본 KB금융은 2012년 2월 컬링 여자대표팀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컬링 여자대표팀은 그해 세계 여자 컬링 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으며 지난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비인기종목인 동계스포츠를 KB금융 만큼 처음부터 후원한 기업은 찾기 힘들다"면서 "이번 경기를 보면 사실상 우리 국가대표 선수와 KB금융의 잔치로 봐도 무방하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나금융·신한금융도 비인기종목 후원 나서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도 비인기 스포츠 종목 후원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초기에 불과하지만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2011년부터 비인기 동계스포츠인 루지 국가대표 더블팀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루지는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활주하는 스포츠로, 우리나라 루지 국가대표 더블팀은 박진용·조정명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대한루지경기연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또 축구와 골프 등 인기종목 외에 인라인과 여자농구도 후원해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동계올림픽은 아니지만 비인기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적인 선수로 성장할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여건이 열악한 비인기종목 유망주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신한 루키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신한금융이 후원하고 있는 체조 국가대표인 양학선 선수가 이 프로그램의 두번째 후원선수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부족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선수들을 후원하는 것은 기업브랜드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며 "앞으로 국제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키워나가는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