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1일 경기도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KB금융그룹의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제공
KB금융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이 한꺼번에 중징계 통보를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동반사퇴'카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엇갈린 행보를 보여 KB금융의 혼란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건호 행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임 회장은 이날 오후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사실상 사퇴 거부를 의사를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더 큰 내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해왔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며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위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라 임 회장의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1일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KB금융은 또한 "이건호 행장 사퇴에 따라 발생한 경영 공백을 메꾸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전 임직원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역할은 당분간 박지우 수석부행장이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 오락가락 금감원 행보에 KB사태 혼란 가중

 

이번 KB금융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KB사태'는 지난 5월 임 회장과 이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갈등을 빚은 것이 화근이지만, 금융당국이 오락가락 행보로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지난달 21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회장과 이 회장에 대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음에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이날 자문기구인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최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하게 했다”며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저해했다”며 “이건호 행장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 원안대로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수현 원장은 특히 주전산기 전환 검토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은행 IT본부장을 교체토록 하고 전산시스템 성능 검증 관련 자료를 은행 핵심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허위 보고했다”며 “이는 고도의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금융인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이날 제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은 것에 대해 "원칙과 책임이 바로 서는 금융질서 정착을 위해 엄히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금융사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해 금감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도 빨간불

 

이번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따라 LIG손해보험 인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단 KB금융 측은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해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KB금융은 금융위원회에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승인 여부는 오는 10월 결론이 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괘씸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에 대한 징계와 편입 승인이 비슷한 시기에 결정된다”며 “사퇴를 거부한 임 회장의 의중으로 LIG손해보험 편입 승인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감독원의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정치적 외압과 로비에 휘둘려 경징계를 결정한 제재심의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늦었지만 금감원이 이제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