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 순간 찾아온 가을. 소매와 바지가 길어졌고 윗옷은 한겹 늘어났다. 늘어난 건 이뿐 아니다. 여름을 잘 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식욕이 다시 찾아왔다. 체중계의 눈금도 조금씩 올라간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어느새 두꺼운 외투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군살이 늘어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연이 바뀌면 우리 몸도 바뀐다
가을이 되면 왜 식욕이 늘어나는 것일까. 보통은 노출이 많은 계절 여름을 무사히 건너왔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가을철 일조량의 변화가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 일조량이 감소하면 체내의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든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하게 하고 정상적인 신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로토닌은 정서적인 안정이나 기분을 조절하고 식욕, 수면, 근 수축과 관련한 기능을 한다. 기억력,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흔히 가을만 되면 우울감에 빠지는 것을 ‘가을 탄다’고 한다.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기분이 우울해지고, 잠을 뒤척이거나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알고 보면 체내의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다. 우울감을 극복하려면 바깥 활동을 즐기고 햇볕을 많이 쬐라는 것도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리기 위함이다.


기분이 우울해지면 우리 몸은 다른 것에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진다. 단것을 찾기도 하고, 배불리 먹어 포만감으로 행복감을 대신하려고도 한다. 자연스럽게 식욕이 늘어나는 대신 여름에 비해 땀 배출이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신진대사량은 떨어져 조금씩 살이 찐다.

물론 식욕이 좋아지면 음식을 먹으면 된다. 가을, 겨울에는 약간 체중이 늘고 봄, 여름에는 다시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단,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을 때의 얘기다.


평소에도 만만치 않은 식욕을 갖고 있고 과체중과 비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 가을과 겨울의 체중 증가는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졸중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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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식욕 줄이려면
‘식욕’은 사실 가장 조절하기 힘든 욕구 중 하나다. 식욕은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하는데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평상시 배가 고플 때는 적당량의 음식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 만족스럽다’란 생각이 들면서 포만감과 보상이 모두 충족돼 식욕 스위치가 꺼진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 껄끄러운 대인 관계, 경제적 곤란, 수면 부족, 주변 환경 변화 등 여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래의 양만큼 먹어도 ‘즐겁다, 행복하다’는 보상의 감정이 충족되지 않는다.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확보했지만 보상의 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맵고 짠 뭔가 특별한 음식을 찾게된다.

신경계, 호르몬, 대사 물질 등 다양한 자극이 뇌하수체로 전달되면 직접 식욕과 관련된 물질들을 조절해 식욕을 증가시키거나 억제한다. 늘어난 식욕 스위치를 끄려면 식욕조절중추와 연결된 포만감과 보상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느낄 때 식욕을 느끼는 것은 우리 뇌가 ‘보상’해달라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며, 이 보상을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을 식욕을 줄이려면 가장 먼저 정서적으로 안정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밖으로 나가 햇볕으로 쬐며 가벼운 산책을 즐기자. 앞서 이야기했듯 햇볕을 받으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활발해져 밤에 잠이 잘 오고, 기분도 좋아지며, 신체리듬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살짝 올라간 체온이 신진대사를 더 원활하게 해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지는 것도 좋다. 회식, 술자리처럼 과도한 열량을 섭취하는 모임보다는 영화, 스포츠 관람 등 취미를 함께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티타임을 갖는 것이 좋다. 행복하고 기분좋은 경험이 될 만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우울한 기분도 불필요한 식욕도 어느 순간 사라진다.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라 식욕 조절과 체중 감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한약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 비만 환자에게 많이 처방하는 감비탕(減肥湯)은 포만감을 주며 식욕을 감소시켜 체중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한방부
인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감비탕 복용으로 평균 치료 기간 105.8일 동안 평균 12.22kg 체중 감량이 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식욕 중추를 조절하는 귀의 혈자리에 이침(耳針)을 하는 것도 자주 쓰이는 한방 치료법이다. 
남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름용 다이어트를 해왔다면 가을 식욕을 즐겁게 잠재워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겨울용 다이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