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광장에 들어선 대형 트리와 조명 장식./사진=김정훈 기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 크리스마스는 종교에 관계없이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기념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문화가 퇴색하고 있다. 

직장인 장원석씨(29)는 “크리스마스에는 어딜 가나 비용이 많이 들어 데이트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여자친구를 만나긴 하지만 여느 주말처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이지수씨(26)는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영화를 보며 쉴 계획”이라며 “수많은 날 중 하루일뿐인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형식은 간소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는 최대 대목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은 부진하다. 이마트에 따르면 12월 크리스마스용품 판매량은 2016년에 전년 동월 대비 19%, 올해 10% 감소했다.

그나마 판매되는 크리스마스용품도 간단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공간이 필요한 트리 대신 가볍게 분위기만 낼 수 있는 장식용품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거 형태나 환경이 변하면서 크리스마스용품도 가성비 좋은 소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실종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인구 감소·1인가구 증가= 크리스마스용품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동인구다. 저출산 현상으로 국내 아동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어린이 사이에서 유튜브 등이 인기를 끌면서 완구업계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등 국내 인구 구성비가 변한 것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실종시켰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시장에도 ‘1코노미’는 두드러진다. 티몬에 따르면 12월 기준 1인 자유여행 항공티켓 구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배 넘게 증가했고 콘서트 1인 티켓 구매 비중도 늘어났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혼술 등이 부상했듯 혼자 노는 문화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보다 할로윈 선호= 젊은이들은 가족, 연인과 보내는 기념일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할로윈’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4년부터 할로윈데이 시장 규모가 발렌타인데이 시장을 넘어섰다.

일본기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일본 할로윈데이 지출 비용은 1350억엔(약 1조3412억원)으로 발렌타인데이 매출 1340억엔(약 1조3272억원)을 돌파했다. 일본인들은 할로윈 분장을 통해 자신을 숨겨 혼자가 되는 걱정에서 벗어난다고 협회는 분석했다.


◆사라진 가로수 조명과 캐럴= 크리스마스 실종 현상에는 경제적인 원인도 존재한다. 연말마다 서울시 가로수를 장식하던 조명들은 2011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2015년 이후 저작권료 문제로 거리에서 사라졌다. 현재 현행법상 저작권료 징수 대상은 규모 3000㎡(약 900평) 이상의 대규모 백화점과 마트 등이다. 그러나 소규모 점포 주인들도 덩달아 몸을 사리면서 길거리에서 캐럴을 듣기 힘들어졌다.

◆종교적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 크리스마스의 종교적인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문화에 기독교 색채가 짙다는 이유로 2000년대 이후부터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즐거운 연휴를 보내라는 뜻의 ‘해피 홀리데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쇼핑센터나 공공기관 등에서도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해피 홀리데이’라는 문구를 쓰는 곳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