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채용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떠들썩하게 했던 채용비리 문제가 전 은행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실태를 검사한 결과 20여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해 수사기관에 이첩한다고 밝혔다. 적발내용은 사외이사의 자녀, 임원의 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정황과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례 등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이달 2차례에 걸쳐 11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채용실태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5개 은행에서 22건(잠정)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또 채용절차 운영상 미흡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포착된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은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9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6건 등이다.
특혜채용 정황이 발견된 은행은 2곳이다. 이들 은행은 사외이사, 임직원, 거래처의 자녀, 지인 등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면접점수를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지원자를 특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사외이사의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공동 최하위(840명 중 840등)로 동점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늘리며 전형을 통과시켜줬다. 이 지원자는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은행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이 서류전형, 실무면접에서는 최하위권이었으나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한 사례도 드러났다.
명문대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점 점수를 조작한 1개 은행도 적발됐다. 이 은행은 소위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불합격 대상에서 빼내 합격 처리하기 위해 임원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렸다. 때문에 합격 대상이었던 수도권 소재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는 점수가 임의로 깎여 불합격 처리됐다.
채용절차를 불공정하게 운영한 3개 은행도 확인됐다. 인사담당 임원이 자녀의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고득점을 준 사례, 가족관계 정보를 면접위원에게 전달해 전 정치인 자녀를 합격시킨 사례다. 계열사 사장과 현직 지점장, 최고경영진 관련 사무직 직원의 자녀의 인성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하자 간이면접을 통해 정성평가에 최고 점수를 준 경우도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비리에 경영진이 관여했는지 여부는 검사의 한계상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빙자료는 모두 확보했다"며 "조만간 대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별 모범사례와 검사 결과에서 드러난 미흡사항을 토대로 은행연합회과 함께 채용절차 관련 모범 규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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