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IT기기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1시간53분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평균 2시간3분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은 2000년대 후반 등장할 때와 비교해 외관상으론 큰 변화가 없다. 물리 키패드를 채용하고 홈버튼을 없애는 등의 작은 변화는 있었으나 전체적인 외관은 ‘바’(BAR) 형태가 그대로 이어졌다.
스마트폰의 형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 건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 난제로 꼽혔던 부품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고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스마트폰은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겉옷을 갈아입게 됐다.
◆삼성·화웨이, 폴더블폰 공개 눈앞
그간 ‘바’ 형태로만 존재하던 스마트폰은 이르면 오는 11월 첫번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소문은 끊임없이 회자됐다.
지난해 1월 미국의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전자가 ‘갤럭시X’라는 이름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2014년 7월에는 애플이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특허를 취득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업계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좀처럼 폴더블폰 개발에서 진척을 거두지 못했고 대중의 관심은 서서히 줄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컨퍼런스 콜을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신제품이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폴더블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과 소재의 혁신도 병행해야 하고 유저 인터페이스도 기존과 다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외신을 통해 중화권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오는 11월 세계 최초로 폴더블 폰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일본의 한 매체는 “중국 화웨이가 자국의 디스플레이업체인 BOE와 손잡고 11월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핵심은 접는 디스플레이
폴더블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핵심은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즉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폴더블 OLED가 갖춰야 할 조건은 간단하다. 한사람이 하루 평균 150회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본다고 하면 1년에 5만번 이상을 접었다가 펴도 디스플레이가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 접었다가 편 후에는 접혔던 흔적이 남아서도 안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사이에 액정을 넣어 만드는 LCD(액정표시장치)로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없다”며 “유연한 OLED의 특성을 활용해야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OLED는 크게 3개 층으로 이뤄진다. 맨 아래층은 빛을 내는 소자를 작동시키는 트랜지스터가 촘촘히 박힌 ‘TFT’(초박막 트랜지스터) 층이다. 그 위에는 빨강, 파랑, 초록 등의 빛을 내는 소자가 붙은 ‘발광층’이 있으며 그 위로 외부 물질과 충격으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봉지층’이 있다.
일반 OLED에서 TFT층과 봉지층은 유리로 구성돼 구부리거나 접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층을 접을 수 있는 소재로 바꾸면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된다. TFT 유리층의 대체재는 ‘폴리이미드’, 봉지층의 대체재는 ‘실리콘’과 ‘아크릴’이다. 이 중 폴리이미드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상용화를 두고 경쟁 중이다.
전세계 중소형 OLED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말 아산 탕정 A3 생산라인에 폴더블 OLED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이번에 구축한 파일럿 라인은 1단계 수준. 지금까지 도출된 문제점을 보완해 올 3분기 중 2단계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파일럿 라인은 주로 모듈 공정으로 이뤄졌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반 OLED 패널 모듈공장을 전부 베트남으로 이전시켰지만 폴더블 OLED 공정은 한국에 둔다는 지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파일럿 제품을 출시하는 단계인 만큼 접히는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 접었을 때 가로세로 비율이 직사각형에 가깝고 펼쳤을 때 세로로 긴 제품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뿐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미래 ‘그래핀’
전문가들은 보다 완벽한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방안으로 ‘그래핀’을 탑재한 OLED에 주목한다. 그래핀은 탄소원자로 만들어진 벌집형태의 소재를 말한다. 얇은 두께에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보다 2배 빠른 열전도성을 자랑하고 강철보다 200배 단단하지만 신축성이 뛰어나다.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결정성을 지닌 물질인 셈이다.
업계는 현재 연구 중인 그래핀이 상용화되면 폴더블 스마트폰이 한단계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핀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배터리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그래핀 원천 소재에 대한 상용화의 길이 열리면서 폴더블 OLED에 그래핀 소재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그래핀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어 상용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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