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저우성 츠수이허 카르스트 절벽에 쓰인 '미주하'. 아름다운 술이 흐르는 츠수이허를 가리킨다. /사진=박정웅 기자
중국 양쯔강(長江)의 지류인 츠수이허(赤水河)는 명주의 본향(本鄕)이다. 익히 아는 마오타이주를 비롯해 시주, 랑주, 동주, 루저우라오자오 등 이른바 중국의 10대 바이주(白酒)와 인연 깊은 물줄기다. 츠수이허의 맑은 공기와 적당한 습도, 전통 제조법이 명주 탄생의 비결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츠수이허를 ‘빼어난 술이 흐른다’며 ‘미주하’(美酒河)로도 부른다. 한자 본래의 뜻을 떠나 츠수이허에서 빚은 술이 얼마나 맛있길래 ‘아름답다’고 했을까.마오타이진(茅台鎭)으로 향하는 츠수이허 협곡 상류. 츠수이허 바깥에서 가짜 마오타이가 판을 치다보니 ‘마오타이’ 이름 대신 자체만의 브랜드로 바이주를 생산하는 곳도 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貴州省) 스수이현(習水縣) 런화이시(仁怀市)의 귀선동(龜仙洞)이 그런 데다. 귀선동은 카르스트 절벽에 똬리를 튼 천연동굴 술도가(酒倉)다. 이곳에서 빚어낸 바이주가 곧 귀선동주(龜仙洞酒)다.
런화이시의 귀선동. 웅장한 카르스트 절벽의 천연동굴 주창이다. 입구 아래는 귀선동주가 명주임을 알리는 세계 품평회상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바이주계의 병마용, 귀선동주(龜仙洞酒)
귀선동주는 바이주(白酒)계의 병마용(兵馬俑坑)을 자처한다. 대륙에서 감히 시황제의 병마용을 잇댔다 하니 일단 귀부터 솔깃할 수밖에. 어쨌든 귀선동 입구부터 명주의 위용을 뽐냈다. 세계 술 품평회를 주름잡은 상장부터가 눈에 띈다. 귀선동주는 201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증류주 대회에서 대금상을 차지했다. 증류주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류 업계에서는 대단히 영예로운 상이다.
귀선동주가 익어가는 귀선동 중동의 술독들. /사진=박정웅 기자
귀선동 중동의 술독들. /사진=박정웅 기자
매년 대회가 열리는데 세계 각국의 증류주 회사가 참여한다. 귀선동주가 대금상을 차지했던 2015년에는 2000여개 주류회사에서 6000여종을 출품했다. 대금상, 금상, 은상으로 나누어 총 18가지 술이 상을 받았는데 귀선동주가 최고 큰 상인 대금상을 받은 것. 귀선동주가 상을 받자 귀선동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동굴에서 술을 만들어 발효시키며 저장까지 하는 곳은 귀선동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란다. 귀선동은 구이저우에서 술을 빚기 가장 좋은 물로 꼽히는 츠수이허에 자리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구이저우의 붉은 단샤(丹霞)가 끝나고 회색빛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 종유굴인 귀선동은 천정에 거북이(龜)와 신선(仙) 모양의 종유석이 거대하게 자라고 있어 귀선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총 면적은 3만6천㎡이며, 크게 세 개의 굴(상·중·하동)로 나뉜다. 여행자는 맨 아래 동굴부터 차츰 위 동굴로 올라가면서 술을 발효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중 중동은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대규모의 천연동굴 주창이다.
◆“너, 바이주 맞냐”… 귀선동주의 신비로움
맑고 투명한 귀선동주. 입구 시음장에서 귀선동주를 맛볼 수 있지만 참맛은 동굴 속에서 느껴보는 게 좋다. /사진=박정웅 기자
수수와 누룩, 이들의 발효와 숙성과정서 나온 콤콤한 장향이 온몸에 배었다. 협곡의 바람을 한참을 맞고서야 장향은 사라진 듯했다. 그럼에도 귀선동주의 맛은 진한 여운이 남았다. 마오타이 등 바이주 본연의 장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53도의 센 술임에도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럽다. 향은 온데간데없다. 위스키로 치자면 원주 본연의 맛을 살린 싱글몰트다. 장향 깊은 마오타이와는 차이가 있다.드넓은 카르스트 천연동굴 주창인 귀선동. /사진=박정웅 기자
귀선동에 도착하면 초입부터 바이주 익어가는 향내가 진동한다. 매년 9월마다 맨 아래 동굴에서 바이주를 빚는데, 연간 총 생산량은 5000여톤에 달한다. 손전등을 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동굴에 들어서면 벽면 가득 꿈틀대는 흰 벌레 떼를 보게 된다. 이른바 ‘술 벌레’라는 주충(酒虫)이다. 주충은 보기엔 징그럽지만 술이 잘 발효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술을 만드는 데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으나 잘 발효되는 술도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천연동굴의 깨끗한 물과 공기, 발효와 숙성과정서 나오는 기운(적당한 습도 등)을 먹고 자라는 듯 보였다.귀선동의 초입. /사진=박정웅 기자
귀선동의 주인공이랄 중동에는 빚은 연도가 다양한 2000여톤이 술독에 보관돼 있다. 대형 술독 4000여개가 열 맞춰 늘어선 모습이 마치 병마용 같다. 중층 동굴과 상층 동굴 사이에는 장향형(醬香型) 술을 빚는 구덩이 108개를 파놓았다. 술을 빚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수수는 윈구이 고원(雲貴高原)에서 생산된 최상급만 사용한다. 그리고 다량의 미량원소를 함유한 계곡의 맑은 물을 정제해 사용한다. 귀선동의 기온은 1년 내내 20℃를 유지하고, 습도 역시 술이 발효되기에 적당할 뿐 아니라, 발효를 촉진시키는 미생물들이 풍부하다. 그래서 귀선동에서 1년간 숙성시킨 술은 바깥에서 2년 동안 숙성시킨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최고급 귀선동주는 30년산으로 양이 많지 않아 판매는 하지 않는다. 굳이 가격을 매기자면 1근(500g)당 1988위안(한화 약 34만원) 정도. 20년산은 1198위안, 11년산은 458위안, 7년산은 200위안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도수는 53도로 동일하나 오래될수록 맛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취재협조=뚱딴지여행·고승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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