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투자와 투기 사이- ①DLF, 라임펀드, 키코사태 논란
금융시장이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잘 나가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는 지난해 마이너스 60%까지 수익률이 고꾸라졌고 투자자들은 판매처인 은행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책임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잡한 사모펀드, 책임원칙 하에 '투자'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사모펀드가 어쩌다 ‘문제아’로 전락했을까.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다. 주로 비공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차익을 얻고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널리 판매되는 공모펀드와 달리 비교적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정 판매하는 특징이 있다. 공모펀드가 아무에게나 파는 기성복이라면 사모펀드는 소수고액 투자자에게만 파는 맞춤복인 셈이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전문투자자형 사모펀드,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의 최저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렸다.
그 결과 사모펀드시장은 지난해말 기준 400조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빠른 시간 안에 사모펀드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복잡한 수익구조를 간과한 점이다. 통상 투자상품은 ‘자기책임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수익을 올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손실이 생기면 불완전판매나 소송 문제를 들고 나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3월부터 판매한 독일국채 금리 연계 DLS 상품설명서에는 ‘만기평가일에 만기평가금리가 행사가격(-0.20%) 미만일 때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투자자들은 상품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듣고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절차에 사인했지만 판매절차가 끝나면 높은 수익률만 기억하기 일쑤다.
라임펀드의 상품 구조는 더 복잡하다. 라임운용은 157개 자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집행할 때 투자자의 돈으로 증권사아 일부 투자자산에 대한 TRS(총수익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TRS는 증거금을 담보로 한 일종의 대출로 펀드가 현금을 확보할 경우 TRS대출부터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이 라임펀드의 투자자산을 살펴보고 있으며 자펀드에서 나온 현금을 확보한 후 증권사의 대출을 갚는 데 먼저 사용할 전망이다. 1조6000억원의 투자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김상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2국장은 “DLF는 은행의 책임 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감안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며 “라임펀드는 DLF보다 위험도가 낮아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인지 상품구조부터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째 줄다리기… 환차익 노린 키코 ‘투기’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사모펀드에 돈을 굴리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안에 적법한 투자지만 투기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는 특정기업이 환차익을 노린 투기상품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키코는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수출기업들의 피해 방지 명목으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수출 중소기업들은 미리 정한 환율이 낮아질수록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거꾸로 큰 손실을 입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시 723개 기업이 약 3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이 투기 목적으로 거래하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10년을 끌어온 키코의 분쟁조정 배상비율을 15~41%(평균 23%)로 결정했으나 은행과 피해기업의 분쟁 조정은 지지부진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키코는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는 데다 소멸시효도 지나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분조위 결정에 대한 배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대 교수는 “키코와 DLS는 기업과 개인이 옵션 매도 위험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볼 수 있다”며 “은행의 옵션매도 상품 판매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고 투자자 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DLF와 헤지펀드 등 고위험상품 제조·판매·사후관리 등 영업 전 과정의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한다.
은행이 고난도상품 영업행위준칙, 설명의무·녹취·숙려제도 강화 등 사모펀드 종합개선방안을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신종펀드, 판매 급증 펀드에 대한 편입 자산·운용 전략의 적정성, 투자자 정보제공 적정성 등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도 검사한다.
시중은행은 펀드의 복잡한 구조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경우 ‘불완전판매’로 보고 투자상품을 모두 배상해주는 ‘투자상품리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려운 금융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투자자에게 사모펀드의 손실 가능성을 알려주면 보다 안전한 투자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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