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는 차돌박이 전문점인 ‘이차돌’과 ‘일차돌’이 한 건물에 있다. 두곳은 이름뿐 아니라 메뉴와 가격, 매장 인테리어까지 유사하다. 목조 인테리어에 삼각 형태의 간판, 메인 메뉴인 6900원짜리 차돌박이, 사이드 메뉴인 초밥과 쫄면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하지만 두 업체는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말 그대로 ‘남남’이다.
#.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는 가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봉구비어’와 ‘봉구통닭’이 나란히 붙어있다. 한곳은 맥주집, 다른 한곳은 통닭집으로 두 업체는 엄연히 다른 사업장이다. 하지만 정작 동네 주민들은 두곳을 한 사업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민 고은진씨(29)는 “둘 다 가봤지만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며 “‘봉구’라는 브랜드의 두 계열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차돌과 일차돌, 봉구비어와 봉구통닭. 각각 어느 곳이 원조이고 어느 곳이 ‘미투 브랜드’일까. 미투 브랜드란 유명 브랜드를 모방해 만드는 유사 브랜드를 말한다. 이러한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가 골머리를 앓는다. 원조 브랜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물론 미투 브랜드에 속아 넘어간 가맹점주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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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얹기’에 우는 프랜차이즈미투 브랜드 관행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프랜차이즈업계의 고질병이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외식업 특성상 특정 메뉴가 인기를 끌면 이를 따라 유사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소비자 입맛이나 취향을 연구하기보다는 성공사례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인기에 편승하는 편이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차별화 없이 인기 브랜드의 메뉴와 노하우만 베낀 미투 브랜드는 오래가기 어렵다. 나아가 원조 브랜드마저 문을 닫게 만든다. 유사 브랜드가 마구잡이로 생겨난 탓에 원조가 경쟁력을 잃은 데다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카스테라’ 열풍이던 2017년에는 ‘대왕통카스테라’, ‘대만원미대왕카스테라’ 등 유사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 브랜드수만 30여개, 전국에 400여개가 넘는 매장이 들어섰다. 위생 논란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대만 카스테라 브랜드는 사실상 전멸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반지하에 셋방에 내려앉게 된 것도 대만 카스테라 창업 실패가 원인이 됐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원조 브랜드 가맹점주뿐 아니라 미투 브랜드 소속 가맹점주들도 피해를 본다. 미투 브랜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저렴한 가맹비에 속아 창업했다가 가맹본부의 관리능력과 경쟁력 부족으로 사업을 접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임영태 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미투 브랜드가 마구잡이로 생기다보니 시장이 과열되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면서 원조 브랜드까지 문을 닫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가맹본부가 충분한 검증 없이 창업자들을 마루타로 시장에 내놓는 탓에 가맹점주뿐 아니라 외식산업 전체가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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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브랜드’와의 전쟁… 소송전 비화미투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이차돌은 미투 브랜드인 일차돌을 운영하는 ‘서래스터’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및 부정경쟁방지에 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법원은 이차돌의 손을 들어줬고 일차돌은 간판, 매장 인테리어, 메뉴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일차돌이 이차돌의 주요한 특징을 모방해 두 매장이 유사한 특징 및 느낌이 들도록 했고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두 매장을 오인·혼동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차돌이 이차돌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판시했다.
한차례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양측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일차돌이 법원 판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까닭이다. 일차돌은 기존 메뉴 사용을 금지한 법원 결정문을 따르지 않고 가격만 100원 낮추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이차돌은 최근 또다시 서래스터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스몰비어 프랜차이즈 봉구비어도 봉구통닭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8년 8월 봉구비어가 하위 브랜드인 ‘봉구아빠통닭’을 먼저 출시했으나 2019년 7월 ‘봉구통닭’이 봉구비어의 주지 저명성을 활용해 미투 브랜드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봉구비어 관계자는 “같은 맥주에 같은 안주류를 판매하고 이름까지 같다보니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봉구통닭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간판을 내리거나 브랜드명을 교체해야 한다”며 “전국 10여곳 봉구통닭 가맹점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차돌, 봉구비어 등 원조 브랜드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손해는 불가피하다. 법적 분쟁에 시간적, 물질적 비용이 소요되며 분쟁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가맹점주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맥주 프랜차이즈 ‘쪼끼쪼끼’는 ‘쭈끼쭈끼’와 ‘블랙쪼끼’ 등을 상대로 유사상호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이미 맥주시장의 트렌드가 바뀐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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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막을 방법 없나미투 브랜드 관행을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업계 내부에선 소위 가맹사업 ‘1+1’ 혹은 ‘2+1’ 제도가 대안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내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맹사업을 하려면 1곳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1+1) 혹은 2곳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2+1) 운영하도록 한 제도다.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사업 노하우가 검증된 가맹본부에만 가맹점 모집을 허용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상 가맹본부는 사업방식에 대한 검증없이도 정보공개서만 등록하면 가맹점 모집이 가능하다. 이는 미투 브랜드와 같이 부실한 가맹본부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업계와 정치권에선 프랜차이즈 운영요건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현재 국회에도 1+1법, 2+1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미투 브랜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맹본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등록 단계에서부터 상표권을 출원해 미투 브랜드 진입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양헌의 이혜린 변호사는 “브랜드 론칭 전에 상표를 출원하고 우선심사절차를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상표 출원부터 등록까지 1년 정도 소요되는데 프랜차이즈업계에서 1년이면 이미 성패가 갈리는 시간이다. 미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기 전에 상표 출원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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