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로 나간 한국기업들의 국내 리쇼어링(유턴)을 추진한다. / 사진=뉴시스
해외로 나간 기업 국내 복귀 추진… 경영환경 보장이 관건
“한국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대국민 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한 선도형 경제 전환의 핵심전략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해외로 나간 한국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리쇼어링’(reshoring)에 강드라이브를 걸어 제조업의 부흥을 이끄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대통령의 결단을 적극 반기면서도 리쇼어링 전략이 제대로 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를 비롯한 애로점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조업 부흥으로 경제활력 제고
문 대통령이 리쇼어링을 언급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혼란 속에서도 한국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란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며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정부 주도로 잘 관리되고 있어 기업의 사업 환경에도 최적이란 의미다.

코로나19는 글로벌 산업생태계를 뒤흔들었다. 1~2월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바이러스가 3월 이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해외 국가의 국경봉쇄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금지돼 기업들의 해외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위해 주요 국가의 생산시설 셧다운 조치가 이뤄지며 생산시설을 해외에 둔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국내기업들도 셧다운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멕시코, 인도, 러시아 등 해외 주요국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현지정부의 방침에 따라 임시폐쇄 했다. 일부는 재가동되지만 폐쇄기간이 추가로 연장된 곳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의 국내유턴(리쇼어링)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리쇼어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우수한 방역체계를 가진 한국의 안정성을 적극 강조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재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한국을 글로벌기업의 생산시설이 모인 제조업의 메카로 육성,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의 리쇼어링이 늘어날 경우 일자리 문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기업 유턴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한국기업의 5.6%만 리쇼어링이 이뤄져도 국내 일자리가 13만개가량 창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업종별 취업유발인원은 ▲자동차 4만3000명 ▲전기전자 3만2000명 ▲전기장비 1만명 ▲1차금속 1만명 ▲화학 7000명 등이다. 국내 생산 및 부가가치유발액도 각각 40조원, 1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환영’… 선행과제 해결 중요
재계는 리쇼어링을 통한 경제활성화 추진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3단체는 일제히 논평을 통해 한국이 방역뿐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의 모범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리쇼어링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선행과제 해결이 중요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리쇼어링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013년 12월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시행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국내로 돌아온 기업수는 연평균 10.4개에 불과했다. 따라서 기업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상호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인센티브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환경의 조성”이라며 “노사관계, 경영을 저해하는 규제, 법인세 문제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의 15%는 임금을 비롯한 비용문제로 불가피하게 생산거점을 옮기는 경우”라며 “생산비용은 특히 중소기업에 민감한 문제여서 과도한 최저임금의 인상을 억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유턴기업 지원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사업장 생산량을 1년간 25% 축소해야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상호 팀장은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생산량을 25%나 축소하기 어렵다”며 “이 기준을 낮춰 대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쇼어링은 정부가 주력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며 “단지 리쇼어링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접근해 그 과정에서 리쇼어링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분을 줄여나가고 규제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