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저자는 아동기에 한국을 떠나 미국 시카고 지역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이민 세대이다. 작가이자 다원예술가인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책은 이민 가정의 불안한 정착과 인종차별, 약물중독, 성착취, 가정폭력에서 살아남은 이의 '현재 진행형' 치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트라우마는 당신과 함께 자란다. 마치 팔이 부러졌는데 깁스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몸집은 더 커졌지만, 뼈는 여전히 부러져 있다. 때때로 욱신거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팔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번호순으로 색칠하기 중)
저자는 난장판이고 엉망인 자신을 대담하고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또한 미국인과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경험을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사전이나, 각주, 편지 등 각종 형식을 빌어 독특하게 표현한다.
"엄마가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데 실패했다는 걸 우리 둘 다 아는 것만큼, 우리 둘 다 엄마가 나를 언제나 사랑해왔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래서 독단적이고 위험할 수도 있다"(금붕어와 미꾸라지 중)
이처럼 책에는 저자의 수백 가지 표정과 목소리가 담겼다. 무례하고 무신경한 백인 남자친구를 욕하는 이민자, 지나가버린 찰나의 순간을 섬세한 언어로 복원하는 작가, 심리상담 중에 혹은 입원한 정신병동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환자, 우울증 때문에 6시간 노력한 끝에야 침대를 벗어나는 상황 등이다.
저자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서 "제 글은 트라우마로 인한 공동의존과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라며 "실수나 남발하는 엉망진창인 제가 살아남은 게 얼마나 기적인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공동의존(codependency )은 양육자의 알코올 의존, 신체와 성적 학대뿐 아니라 약물중독자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친밀감, 경계선, 주체성, 감정 표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남은 인생은요?/ 성 지음/ 호영 옮김/ 미디어일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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