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래픽 칩셋(GPU) 회사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자회사인 ARM(암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ARM은 삼성전자·애플을 비롯해 전세계 1000여개 반도체 기업에 설계도를 제공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한 엔비디아는 어떤 회사일까.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최종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지난 1993년 대만 출신의 미국인 젠슨 황이 커티스 프리엠,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손을 잡고 설립한 회사다. 당초 CPU 생산을 목적으로 창업했던 젠슨 황은 일찍이 GPU로 눈길을 돌렸다. 당시 CPU 시장은 인텔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게임 ▲데이터센터 ▲가상현실 ▲자율주행 차량이 필요로 하는 GPU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게이밍 사업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카드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GPU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기 열풍으로 한때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최근 엔비디아는 단순히 GPU 업체를 넘어 자동차와 인공지능(AI)까지도 사업범위를 넓히는 등 이른바 '반도체 공룡'으로 거듭났다. GPU가 AI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반도체로 떠오르면서다. 엔비디아가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할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엔비디아는 테슬라와 토요타, 아우디, 벤츠, 볼보 등을 파트너로 두면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했다.
이번 인수로 엔비디아는 AI를 비롯해 고성능 컴퓨팅 시장 진출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AI·그래픽 기술이 ARM의 생태계와 결합해서 IP(지적재산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엔비디아는 ARM 인수로 기술을 보급할 환경까지 얻게 된 것이다.
우려도 있다. 엔비디아가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ARM 소재지인 영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잠재적 경쟁사로 여겨지는 인텔이나 AMD 등이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차별대우 금지, 일부 사업부 분리 매각 등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또 미·중 무역분쟁과 ARM 차이나 문제도 있다. ARM은 지금까지 '일본 회사가 소유한 영국계 반도체 기업'이라는 위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대 주주가 미국 회사로 바뀌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