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보겠다”던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여정이 순탄치 않다.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 정부는 기업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완주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예산은 단 한 개 기업에 절반이나 투자됐으며 기업의 치료제 개발 열기가 타오름에도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은 수개월째 지연됐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이래로 무려 20여개의 치료제·백신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1월10일 기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치료제 19건 ▲백신 2건으로 총 21건이나 된다. 그중에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은 18건이며 연구자 임상시험은 3건이다.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10곳이다. 신약개발 업체로는 임상 2·3상에 진입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와 임상2상을 진행 중인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혈장분획치료제)다. 이외에도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대웅제약 ▲종근당 등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도 개발 경쟁에 지원을 시작했다. 정부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기업·대학·연구소·병원 등 체계 마련에 역량을 모았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등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에만 2186억원이라는 예산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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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인가? 지원인가━
코로나19 종식을 목표로 만든 지원책이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은 한 기업에 편향돼 있었다. 예산이 편성됨에 따라 다양한 기업에 골고루 혜택을 줘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 방식엔 이런 체계가 없었다. 한정된 예산이 특정 기업에 편향될 경우 추후 개발 기업에 지원할 자금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보건복지위원회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예산 450억원 중 셀트리온과 녹십자에 각각 219억7000만원과 58억4000만원이 지원됐다. 전체 예산의 6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호연 국회입법조사관은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 셀트리온에 절반가량 지원된 부분이 계획에 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계획과 실제가 차이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기존 예산 편성 당시 치료제 임상1·2상에 대해서는 50억원 가량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셀트리온에 지원한 내역은 5개월 동안 이보다 4배가 넘는 금액이다. ‘단일과제가 총사업비의 50% 이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한다’는 범정부지원위원회에 의결에 교묘하게 1% 미만인 비중이라 사실상 특혜로 비춰진다.
이런 지원 방식은 추후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에 지원할 자금이 없어진다는 문제를 낳는다. 예산이 과도하게 집행됨에 따라 유망한 치료제를 발굴한 기업이 기회조차 잡지 못할 수 있다.
박종용 범정부지원위 담당자는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며 “서둘러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지원했으며 모든 업체를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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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는 되고, 피라맥스는 안 되고?━
정부가 편향된 지원책을 펼칠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레이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업이 어려워하고 필요한 부분에 정부의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참여자 모집이 힘들어지자 임상시험 종료일을 늦추거나 타국에서 투트랙 임상을 시도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정부가 나서서 참여자 모집을 독려했으면 임상시험이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렘데시비르의 경우 임상시험을 위한 국내 모집인원이 98명에 불과했다. 대상자 수가 적은 만큼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지난 3월 승인받아 3개월 만에 종료됐다.
한국은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세를 겪었다. 11월10일 기준 국내 발생 누적 확진자는 2만7653명이나 된다. 임상 지연의 이유로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타국보다 억제돼 표본이 적다는 근거를 내놓지만 기업의 임상시험을 위한 모집 인원은 수백명 단위가 아닌 수십명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허가받은 피라맥스의 임상 대상자 수는 76명이다. 일 평균 두자리 혹은 세자릿 수의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함에도 반년 동안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한 점이 렘데시비르 임상과 비교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고 올해 내 개발을 목표로하는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의 경우에도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 생활치료센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긴급히 도입한 방식이다. 보통 임상시험은 병원 등 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데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입소돼 임상시험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존 임상기관별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하나의 치료제 개발 시 여러 병원에서 각각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했던 규정을 손질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임상시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인체 시험인 만큼 정확한 지표를 구하기 위한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다.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동선도 갖춰지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당장 유인책으로 ▲임상시험 참여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 지원 ▲지방의료원 기관 평가 반영 등을 내세우지만 감염병 관련 임상시험 전문인력이 부족해 한계점으로 꼽힌다.
박 담당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임상지원TF를 구성하고 기업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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