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맞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통령 후보의 단독 정책토론회, 중간중간 허 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지자들의 호응이 터져 나왔다. 허 후보가 목청을 높이며 자신의 주장을 펼 때면 이에 답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허 후보의 사진이 박혀있는 브로치에 줄을 걸어 목걸이처럼 걸고 있던 한 여성 지지자는 행사장에 마련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도 허 후보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던 그의 왼쪽 가슴에는 이름과 함께 '대천사'라는 직책이 적혀있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대천사는 지지자들로부터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아 '신인'(神人)이라고 불리는 허 후보에게 '완전 천사'의 축복을 받은 핵심 지지층이다. 허 후보는 평소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경기도 양주시 하늘궁에서 강연을 하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데 이 축복을 받으면 천사가 축복을 받은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이 축복의 비용은 1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허 후보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단순 축복에 들어가는 천사는 '불완전 천사'로 일회성에 가깝고 지속적으로 축복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전 천사'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1억 원 정도다. 이 완전 천사를 받은 사람들은 '대천사'라는 직분을 받게 된다. 축복을 내려주는 방법도 간단하다. 허 후보가 축복을 받는 대상에게 "천사 들어가"라고 말하면 축복이 내려진다.
◇거짓말로 판명된 발언들 다시 꺼내든 '신인'
이날 행사는 허 후보가 여는 발언을 하고 참석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 뒤 유튜버들과 정책 토론회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허 후보는 국정 철학에 대해 묻는 모 매체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과거 법원에서 '허위 사실'로 판명 받았던 발언들을 거리낌 없이 꺼내놨다.
허 후보는 이날 스스로를 다른 후보들과 달리 '준비된 후보'라고 지칭하며 자신이 20대에 나이부터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을 운영한 경력이 있고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으로 국정운영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허 후보는 자신이 18세 때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양자가 되었으며 이후 삼성그룹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세계적 재벌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당시 제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자고 해서 이병철 회장이 그걸 인수해서 지금의 삼성반도체가 됐다"라며 "(이병철 회장에게) 이런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 사람은 이렇게 뽑아야 한다. 경영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것저것 조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허 후보는 이병철 회장의 추천으로 자신이 20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을 했으며 새마을 운동, 방송통신대학 건립,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 설립 등의 아이디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1976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하사했다고 하는 지휘봉을 들어 보이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사시 내 정신을 계승하라고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 후보가 이병철 회장의 양자였다거나, 박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다는 주장은 이미 2008년 허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허위 사실로 밝혀졌던 주장이다.
허 후보는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당시 국회의원이자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을 할 것이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퍼트리고 이를 시사조선, 로또복권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보도하게 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허 후보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여러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판정받았다. 재판을 통해 허위로 판단된 허 후보의 주장들은 ①박근혜 의원과 결혼을 하기로 했다 ②2001년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 파티에 초청됐으며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독대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③이병철 삼성 그룹 회장의 양자가 됐다 ④1969년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을 했다 ④아버지가 GS그룹의 일가인 허정구씨의 조카이며, 어머니는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의 집안 사람이다 등의 내용이다.
당시 법원은 범죄사실에 적시된 허씨의 주장 모두를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중 허 후보가 이병철 회장의 양자였다는 점과 각종 재벌 기업과 친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성그룹 등 언급이 된 기업 측에서 "허 후보 또는 그의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법원에 회신하면서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허 후보 또한 이를 증명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더불어 법원은 허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 역할을 맡았다는 주장도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 후보는 1969년부터 약 10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1970년에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1969년부터 1978년사이의 대통령 의전 일지 55권 중 허 후보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며 그가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정책 관련 보고서 등에도 허 후보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허 후보는 재판 과정에서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모두 조작되었다고 강변하였으며 수사가 진행되는 중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을 회유하려는 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1심에서 실형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언론사는 도둑놈들…'모종의 지시'로 여론 조사 배제돼
이날 토론회에서 허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을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주요 방송사들에 대해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주요 언론사들이 자신을 여론조사에서 제외하고 있어 지지율을 근거로 참여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 방송토론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허 후보는 중앙선관위 규정상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일정 지지율을 유지하는 후보만 방송토론의 기회를 주고 있는데 정작 언론사들에서 자신을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다수의 시민들의 지지에도 방송 토론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공적 기관인 선관위가 일정 지지율이 나오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사적 기관이 언론사에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언론을 지켜보다 못해 이렇게 직접 토론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허 후보는 자신을 여론조사에서 배제한 언론사들을 '도둑놈'들이라고 표현하며 주요 언론사들이 모두 자신을 여론조사에서 제외하는 것은 '모종의 지시'가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허 후보 측은 토론회에서 자신을 배제한 방송사들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4차례에 걸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에 대해 허 후보가 속한 국가혁명당이 국회의원을 1명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 허 후보의 지지율이 평균 5%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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