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우리 대통령선거(3월9일) 전후로 무력도발을 감행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나라의 주요 선거 때마다 도발 카드를 꺼내들며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 만큼 올 3월 전후 도발은 '시기 문제'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958년 이후 우리 대선 즈음에 벌어진 북한의 무력 도발을 통계화한 자료를 보면 북한은 김일성 정권 때 대선일로부터 평균 85일, 김정일 정권 땐 평균 106일을 전후로 군사도발을 벌였다. 김정은 정권에선 이 기간이 대선일 전후 15일로 대폭 단축됐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집권한 2011년 이후 우리 대선은 18대와 19대 등 단 2차례로 사례가 적지만, 통계상으론 내달 9일 대선 전 군사도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 총비서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을 축하하며 보낸 구두친서에서 북중 양측이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짓부수고"라고 언급한 사실을 들어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한의 대선기간에 맞춰 도발에 나선 사례는 1987년 11월29일 대한항공(KAL) 여객기 858편 폭파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된 그해 12월16일 13대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벌어졌다. 폭파범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는 대선 전날인 12월15일 김포공항을 통해 국내로 압송됐고, 그 영향으로 '북풍'(北風) 이슈가 커졌다. 선거에선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북한은 1992년 12월18일 14대 대선을 앞둔 시점엔 별다른 군사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뒤인 1993년 1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TP) 탈퇴를 선언했고, 같은 해 5월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노동1호'를 시험 발사했다.

1997년 12월18일 15대 대선 전후론 북한의 도발이 많았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의 '1인자'가 된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 강화의 속도를 높인 것과도 연관이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평양 만수대언덕에 위치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15대 대선을 약 200일 앞둔 1997년 6월5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함정에 함포사격을 했다. 같은 해 7월16일엔 북한 병사 14명이 비무장지대(DMZ) 일대 3곳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다.
특히 15대 대선 당시엔 청와대와 보수 정당이 북한 측에 휴전선 일대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것을 요청했다는 '총풍'(銃風)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 정당(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였으나, 실제 선거에선 남북 평화 모드를 예고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당선 185일 뒤인 1998년 6월22일 강원도 속초 인근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정이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됐고, 같은 해 8월31일엔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소재 동해위성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백두산 1호'(대포동 1호)를 일본 하늘을 가로질러 태평양 쪽으로 쏴 올렸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12월19일 16대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그해 6월29일엔 '제2연평해전'이 발발했다. 당시 남한은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로 축제 분위기였으나 북한은 서해 연평도 인근의 NLL을 넘어 우리 해군 함선에 함포 사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군 참수리 고속정 승조원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북한은 또 16대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며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대세'였던 노 후보는 청와대에 입성했다.

북한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2003년 2월24일엔 동해상으로 지대함 순항미사일 '금성 1호'(KN-01)를 시험발사를 했고, 그보다 나흘 앞서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군 미그 전투기 1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민주당 계열의 정부가 보수 쪽보다 낫다고 판단하지만 우리 대선에서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길들이기' 차원에서 도발을 이어왔다"며 "남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로 끌어가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12월19일 17대 대선 직전엔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해 5월25일과 6월19일·27일 동해상으로 '독사'(KN-02) 등 단거리단도미사일(SRBM)을 연달아 발사했다. 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인 2008년 3월28일에도 서해상에서 '금성 1호'를 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광명성 4호' 위성을 실은 ICBM급 '광명성' 로켓을 발사했다. (조선의소리 캡처) © 뉴스1

북한의 김정은 체제 돌입 후 첫 남한 대선이었던 2012년 12월19일 18대 대선 땐 투표 1주일 전인 12월12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3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로켓 '은하 3호'에 실려 발사됐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12일엔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2017년 5월9일 19대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북한은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한 달 동안에만 Δ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Δ2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KN-15) 발사 Δ27일 반항공(대공) 미사일 '번개-5형'(KN-06) 발사 Δ29일 스커드 개량형(KN-18) SRBM 발사가 연이어 있었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나.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이 잇달아 열린 2018년엔 도발을 자제했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2017년 미사일 도발이 우리 정부를 향한 공세라기보다는 미국과의 힘겨루기 및 미사일 전력 고도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처럼 북한의 과거 우리 대선 전후 도발 패턴을 되돌아보면 특정 후보의 당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진보·보수 성향 대통령을 가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올해 대선 국면에서 군사행동을 벌이더라도 '특이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은 올 들어 1월 한 달 동안에만 탄도미사일 6차례·순항미상리 1차례 등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쐈고, 특히 지난 4년여간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올 4월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맞는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전후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북한이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되길 바란다면 '당장의 군사도발은 야당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늘 예상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엄 소장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중국의 정치 일정,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 대외변수가 많기 때문에 북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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