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각각 열고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 등 약 200명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 분수대에서 집회를 열고 "재한 우크라인 공동체는 국제 사회의 규범을 무시한 러시아의 만행을 강력 규탄하며 대한민국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줄 것을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경제제재를 신속하게 부과해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같이 우크라이나는 주변 강대국들의 수 많은 침략을 이겨내며 국권을 지켜왔다"며 "오늘날 선진국을 이룬 대한민국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저지하는데 힘을 보태주길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 후보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10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불도를 닦은 우크라이나 출생 원학스님(36·남)은 "부모님이 키예프 근교에 살고 있다. 대피할지 말지 고민하다 두 분 다 총을 갖고 계시기로(대피하지 않기로) 했다"며 "올해 서른살인 남동생은 어제 군대에 자원했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5년째 한국 체류 중이라는 유학생 A씨(여)는 "지금 수도 키예프에서는 공중폭격이 이뤄지고 있고 가족은 연락이 되지 않아 너무 걱정된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러시아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24일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특정 단체가 아닌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한마음으로 개최한 집회"라며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서는 한국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 '살인자 푸틴' '러시아에 제재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 시작에 앞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우크라이나 국가를 제창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푸틴 전쟁을 멈춰라' '우리 국민 살인을 중단하라' '우크라이나 만세' 등 한국어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구호를 외치며 덕수궁 돌담길과 배재학당, 주한 러시아대사관을 지나 분수대까지 40분가량 행진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재한 러시아인 등 70여명이 집회를 열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판했다.
'푸틴만 전쟁을 원한다' '푸틴을 구속시켜라' '푸틴은 전범이다' 등 손팻말을 든 참석자들은 "러시아인은 전쟁을 싫어한다"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참석자는 "나는 러시아인이지만 이 전쟁을 반대한다"며 "범죄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지만 내일은 어디가 될지 모른다.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크라이나 군인뿐 아니라 러시아 군인도 목숨을 잃고 있다"며 "러시아(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에게 숨기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적의 또 다른 참석자도 "반전시위에서 수 천명이 체포됐고 군인 수 천명이 사망했다"며 "한국이 이를 멈출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집회 현장을 찾은 한·러 이중국적자 이엘레나씨(38·여)는 "러시아인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친척을 두고 있어 두 나라가 실은 매우 가깝다"며 "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을 반대하는데 (현지) 언론이 이를 알리지 않아 양국 국민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산에서 의료관광사업을 하는 러시아인 안토노바 인나씨(35·여)는 "21세기에 말도 안 되는 전쟁이 일어났다"며 "우크라이나에 가족과 친구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도 집회에 참석해 함께 반전 구호를 외쳤다.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국적자 아나스타샤(25·여)씨는 "10분 전 러시아 군이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을 공격했다"면서 "아파트를 부수고 시민과 아이들을 죽였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부터 반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서울시청, 남산타워 등 4개 장소에 우크라이나 국기색의 조명을 표출하는 캠페인을 추진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