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유지와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공수처 회의론이 무성한 상황에서 1호 직접기소 사건 유죄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존폐론이 재차 고개를 들 전망이다.
공수처는 지난 11일 김형준 전 부장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1년 2개월만의 첫 기소권 행사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3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이 깨진 순간으로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기록됐다.
공수처는 1호 직접기소 사건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수사 착수에서 기소까지 8개월이 걸렸다. 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엄단이란 설립 취지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 견제라는 명분까지 더해졌지만, 실질적으로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란 분석도 있다.
공수처가 기소한 뇌물 액수는 1000만원 가량이다. 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였던 김모씨가 최초 고발한 액수나 경찰이 전부 기소 의견으로 판단한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정도로 줄었다. 법원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높이려 보수적으로 금액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1호 기소사건인 만큼 유죄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수처와 김 전 부장측 사이에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혐의 입증 총력전에 나선 공수처는 수사부 검사 일부에 '근무지원' 명령을 하달해 공소유지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자신의 인사이동에 따라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수처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뿐만 아니라 과거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내세워 혐의 입증에 집중할 방침이다.
양측의 법리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법원 판결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2024년 1월까지인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 중에는 1심 판결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1호 기소사건이란 상징성을 가진 '스폰서 검사' 사건 유·무죄에 따라 공수처 존폐론도 불붙을 전망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수처에 비판적인 시각을 수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공수처가 제역할을 못하면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통령령 개정으로 '6대 범죄'에 국한된 검찰의 수사범위를 늘려 공수처를 견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1호 기소사건 유죄입증에 실패할 경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폐지론 총공세가 예상된다. 윤석열정부 초반 여소야대 정국으로 공수처법 개정 또는 폐지는 어렵지만 여론 향방에 따라선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반면 유죄를 이끌어낼 경우 검찰이 덮은 사건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존재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명분이 된다. 공세도 다소 수그러들 수밖에 없어 국민의힘도 폐지 대신 개정 추진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실력을 입증한 공수처의 폐지를 추진하기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역학구도 속에서 김진욱 처장의 1기 공수처가 추가수사와 기소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2년이 채 안 될 전망이다. 2024년 1월 김 처장 임기 만료, 이어 4월 22대 총선거 일정표를 감안하면 공수처가 존재감을 입증할 시간은 길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김 처장이 임기를 채우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2대 처장 지명 및 선임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여야간 힘겨루기와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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