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이 슬픔을 전했다. 사진은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숨진 엄모씨의 유품. /사진=유가족 제공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이 슬픔을 전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조빌딩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화재로 숨을 거둔 고 엄모씨(여·32)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엄씨의 오빠 A씨는 "(엄씨가) 첫 직장이어서 책임감을 갖고 일했었다"며 "(엄씨가) 퇴근 후에도 수험생처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회생·파산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고 늦은 시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뢰인들의 상담에 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생 방에 빼곡히 꽂힌 책, 책에 적힌 글자와 별표, 밑줄 등을 보고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을 알게 됐다"며 "이렇게 열심히 한 줄 몰라 너무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A씨는 "방화 용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웠겠지만 내 동생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다"며 "그 재판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이런 일을 당해 더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나기 전 (엄씨와) 메신저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조카에게 미끄럼틀 사줘야 하는데'였다"며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일찍 떠나보내 가슴이 아프다"고 슬픔을 전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에 열중하던 엄씨는 지난 9일 오전 10시55분쯤 재판에 앙심을 품은 천모씨(남·53)의 방화로 천모씨를 포함한 7명과 함께 안타깝게 숨졌다.

천씨는 대구 수성구의 한 재개발지역 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 저조 등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으나 패소한 천모씨는 앙심을 품고 상대 측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