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만난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부교수)이 외상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용준 기자
"코드블루, 코드블루. 권역외상센터 소생실. 외상외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4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다급한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코드블루는 심정지환자가 발생했다는 응급 신호다.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부교수)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드블루 상황이 끝난 뒤에야 조 센터장을 만날 수 있었다. 조 센터장과의 만남은 약속한 시간을 한참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환자의 상태를 묻자 덤덤히 고개를 저었다. 조 센터장은 "외상센터로 이송되기 전 이미 심정지 상태로 한 시간 이상 지난 환자다. 그래도 끝까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남부엔 이국종, 북부엔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경기 북부 전역의 외상 환자를 전담한다. 이송되는 환자는 생명이 위급한 상태에 놓인 중증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삶과 죽음의 최전선에 있는 이곳은 2018년 정부지정 권역외상센터가 됐다. 현재 국내 권역외상센터는 의정부성모병원과 아주대병원 등 17곳이다. 지난해 연간 3000명이 넘는 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조 센터장은 "외상환자는 모 아니면 도"라며 "죽어가는 생명을 어떻게든 살리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외상외과 분야 1세대이자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경기 남부에선 이국종이, 북부에선 조항주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조 센터장은 "국내에 외과 내 외상외과라는 세부전공이 생긴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면서 "그동안 응급의학과에서 중증 외상환자 위주로 수술을 담당하던 게 이제 전공이라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외상외과는 외과 중에서도 전공 기피 '0순위'로 꼽힌다. 당장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근무 중인 의료진(외상외과 전문의)이 다섯 명뿐인 점은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한다. 올해 초 두 명이 충원돼 구색을 맞췄을 뿐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병원에서 필요한 의사정원 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전공으로 선택하는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외상외과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고 의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 공부해놓고 하필 사서 고생까지 하느냐는 얘기가 자자하다. 외상외과 의료진들에겐 낮과 밤은 의미가 없다. 언제 어떤 중증 외상환자가 병원으로 실려올 지 모르기에 연구실 책상이나 당직실에서 쪽잠은 일상이 됐다. 조 센터장은 "외상외과는 체력과의 싸움"이라며 "201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당직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가끔 벅찰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험난한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팔자려니 생각한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조 센터장은 헤진 영문판 전공서적을 보여줬다. "2005년 이라크 자이툰 병원에서 1년여간 진료부장을 지내면서 이 책을 접했습니다. 외상외과라는 분야를 알게 해줬는데 재미있어서 수십번을 봤습니다." 책 한 권이 오늘날의 조 센터장을 만든 것이다.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는 외상환자 사례에 대해 얘기했다. 사진은 조 센터장이 수술실에서 외상환자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의정부성모병원
"외상환자 시스템 나아지고 있다" 긍정의 메시지
조 센터장의 손길로 삶을 되찾은 환자들은 셀 수도 없다. 그는 "3년이 넘도록 해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환자 가족분이 계신다"며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은 많다. 일례로 골든타임을 놓쳐 가장을 떠나 보낸 한 가족의 사연에 고개를 떨궜다. 조 센터장은 "네시간 반에 걸쳐서 전원을 온 그 환자는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면서 "콩팥뿐 아니라 대정맥 손상이 있었고 수술에 들어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수술이 끝난 후 두 딸이 '다른 병원에선 왜 이런 수술을 할 수 없었나요'라며 울먹이는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사례처럼 뒤늦게 권역외상센터로 전원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게 조 센터장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는 "외상환자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치명적인 손상을 갖고 있는지 의료진이 파악해야지 살 수 있다"며 "모든 환자는 소중하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떠나 보낼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매우 크다. 시스템을 고쳐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같은 시스템적인 문제는 최근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외상 사망 환자 조사에 따르면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15.7%로 2년 전보다 4.2%포인트(p) 개선됐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중 적절한 시간 내 적정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의 비율이다. 과거보다 현재 외상환자의 치료가 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 센터장은 외상외과를 선택하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외상외과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라면 일단 지원부터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업무 강도와 처우는 좋지 못합니다.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가오는 보람은 더욱 큽니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외상외과 전망도 밝혔다. 그는 "외상외과 처우 개선은 필요한 상황이다. 그것이 돈이 될 수 있고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선배 의사들이 잘 해결해야 할 몫"이라면서 "병원, 학회, 정부 등에서 여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으니 외상외과의 고질적인 문제는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