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27조는 '부부 일상의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한다.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통상의 사무에 관해 서로에게 별도의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더라도 배우자를 대리해 법률행위(계약 체결 등)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민법 제832조에 따르면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 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A씨와 같이 일상가사에 관한 배우자의 행위에 관해 다른 배우자도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판례는 "문제가 된 법률행위가 일상가사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과 함께 법률행위를 한 사람의 의사와 목적, 부부의 현실적 생활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대법원 1999.3.9. 선고 98다468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거를 위한 부동산 거래에 있어 시세 등에 비춰 적정 금액을 차용(대출)하는 경우 ▲임대차나 공과금 납부 ▲식료품이나 의류 구입 등 필수적인 의식주에 관한 사항 ▲자녀를 위한 교육비 ▲의료비 등은 일상가사 사무에 해당한다.
앞의 예시에서 아내 B씨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행위는 부부의 공동생활 유지를 위한 생활비 충당의 목적으로서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상가사의 연대책임에 따라 B씨와 부부관계인 남편 A씨도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채권자는 B씨뿐 아니라 A씨에게도 변제를 요청할 수 있고 A씨 명의의 재산을 통해 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민법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으로 보고(민법 제830조) 각자 관리·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만 일상가사 채무의 경우 배우자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하기 전 구체적으로 채무의 종류와 액수 등을 명시해 다른 일방의 배우자에게 책임이 없음을 상대방에게 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법 제832조 단서)
━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