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가 없는 자율주행 버스가 전국을 누빌 날도 멀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에 정차한 자율주행 버스. /사진=이준태 기자
1987년 제작된 영화 '빽투더퓨처2'에서 주인공이 영화 시점상 30년 후인 2015년으로 이동했을 때 자율주행 차량이 도시 곳곳을 누볐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35년이 지난 현재 자율주행 차량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상상했던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달 말 스타트업 기업 '42dot'에서 제작한 청계천 자율주행 버스 운영을 앞두고 종로 일대 직장인의 관심이 쏟아졌다. 해당 기업은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지난 2월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와 카풀(합승) 승합차 등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차량은 상암월드컵아파트 11단지에서 서울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까지만 주행한다.

이달 말에는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종로4가 세운상가 사이를 왕복하는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연내에 종로 5가까지 운행 구역을 넓히고 청와대 인근에도 자율주행 차량이 오갈 예정이다.


이에 머니S가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을 타봤다.
자율주행 4단계… 모니터로 도로 위 상황 실시간 확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시범운행하고 있다. 사진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자율주행 차량 승하차 구역에 정차한 자율주행 합승차량 '쏠라티'의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기자는 지난 12일 마포구 상암동 소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으로 향했다. 9번 출구로 나와 자율주행 차량을 찾아 나섰다. 인근을 거닐며 도로 위를 살피다 해당 지역을 오가는 자율주행 차량을 만났다. 하지만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안내판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DMC역 8번 출구 한샘빌딩 앞 버스정류장 옆에 세워진 탑승 지점 표지판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호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TAP'을 켜서 2차원 지도상 상암동 일대를 오가는 자율주행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가장 인접한 차량이 어디쯤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기자는 '한국철도공사 서울차량사업소' 인근에서 차량을 호출했는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자율주행 택시가 다가왔다. 기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택시는 A1 코스를 운행하는 기아 '니로'였다.

운행비는 거리에 상관없이 니로는 2000원, '쏠라티' 등 카풀 차량은 1200원이다. 처음 이용할 때는 무료 탑승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제는 신용카드를 앱상에 등록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차량에 탑승하자 운전석엔 안전요원이 앉아 있었다. 현재 자율주행 5단계(완전 자동화)엔 이르지 못해 운전석에 차량을 보조하는 인력이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42dot의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4단계 기능을 갖췄다. 이는 '고도 자동화' 단계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행 구간 전체를 모니터링하며 안전 관련 기능을 스스로 제어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에선 자율주행이 불가하고 구간마다 안전요원이 직접 운행하는 부분이 있어 완전한 자율주행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발전된 기술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율주행차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다. 차량이 신호등과 진출 방향을 인식해 다른 차량을 피하고 정지선에 착착 맞춰 정지했다. 특히 최근접 차량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위험을 알렸고 보행자가 걸어 다니는 모습도 화면에 보였다.

A1 코스는 총 5.3㎞로 한 바퀴 도는 데 15분가량 소요됐다. 자율주행 차량은 직선 구간에서 시속 40~50㎞로 일반 차량과 속도를 맞춰 주행해 주변 차량에 불편을 끼치지 않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설치된 자율주행 호출 안내 표시판. 애플리케이션 'TAP'을 다운로드 받으면 자율주행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사진=이준태 기자
"도와줄 사람 없어도 거뜬"… 점차 보급되는 편리함
자율주행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 'TAP'을 다운로드 받으면 도착 예정시간과 승하차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앱 'TAP' 캡처
42dot 관계자는 "지난 2월 상암동에서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시작했는데 시민의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탑승객 대부분이 상암동 직장인과 거주민, 자율차량 체험을 원하는 시민, 서부면허시험장을 방문하는 이들이다.
서부면허시험장 인근에서 카풀 차량에 오른 A씨(남·21)는 자율주행 차량에 흡족해했다. A씨는 "이제 도로주행 시험만 남았는데 시험 코스를 익히려고 나왔다"며 "옆에서 운전해 줄 사람도 없고 택시를 타자니 가격이 부담됐는데 가성비가 좋은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편하게 지형지물을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종로 일대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씨(남·26)는 "청계천에서 자율주행 버스가 다녀 신기했는데 마침 집 근처에서 운행하길래 찾았다"며 "시승해보려고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처음 탔을 때 안전요원이 핸들을 잡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은 자율주행 차량이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B씨(여·50대)는 "기술력이 발전한 것은 안다"며 "그런데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모호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직 우리 세대엔 먼 이야기지만"… 염려하는 운송 근로자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8번 출구 인근 자율주행 차량 탑승 지점에 정차한 자율주행 차량. 도로 양방향으로 택시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이준태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위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현행 여객 운송 제도를 자율주행에 부합하게 재검토하고 제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존 운송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생계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25년 동안 택시업에 종사한 C씨(남·60대)는 "현재 기준금제 운영으로 과거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실정"이라며 "타다 등으로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60대인 그는 "아무래도 우리 세대까지 자율주행 차량이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젊은 택시기사들은 다른 직업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