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
종종 드라마에선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빚이 대물림돼 이를 갚느라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당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부모님의 채무를 자녀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잘못된 법률 상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
자녀의 경우 자신이 보증인이 돼 부모님의 채권자와 연대보증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는 한 부모님의 채무를 대신 갚을 법적인 책임이 없다. 부모님의 채권자는 부모님 명의의 책임재산에 대해서만 그 채권을 실행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 상속인인 자녀는 부모님의 채무(소극적 재산)를 포함, 일체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빚도 상속받는다. 그렇더라도 상속받을 재산 중 채무가 더 많다면 한정승인 또는 상속 포기를 통해 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속포기'(민법 제1041조)는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서를 제출, 상속인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상속 포기의 소급효에 따라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상속포기자의 상속지분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있는 경우 그들에게, 본인이 단독상속이면 후순위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여전히 다른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재산의 정리절차가 남게 된다.

반면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재산이 더이상 후순위 상속인 등에게 넘어가지 않고 상속에 관한 재산 관계를 종결할 수 있다. 이는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채무 등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겠다는 의사표시다.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신고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한다.

3개월의 기간이 경과했더라도 그 채무초과(채무가 재산을 초과)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던 때에는 채무초과 사실을 안 날로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피상속인의 채권자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떠한 경우라도 '나는 갚을 필요가 없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채권자가 승소판결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답변서를 제출해 응소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상속을 포기한 경우라면 법원에 상속포기 사실을 밝혀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만약 한정승인을 한 경우라면 관련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채권자가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권자가 이미 강제집행을 시도한 경우라면 별도로 강제집행정지신청과 함께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K-드라마의 애청자로서 앞으론 부모님으로부터 남겨진 막대한 빚이 있더라도 적시에 상속포기, 한정승인 제도를 활용하는 주인공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기대해본다.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