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썰렁하던 대학가에 '구세주' 대학생들이 등장하자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개강을 맞이한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추계예술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식당. /사진=서진주 기자
"이제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아 기대돼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대학 상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020년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대학가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학생들로 북적이던 식당에는 냉랭한 공기만 맴돌았다.

실내 마스크 해제 등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된 올해부터 대부분의 대학교가 본격적인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따스한 봄과 함께 학생들이 대학가로 돌아온 것. 약 4년 만에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다.


학생들이 돌아오면서 활기를 되찾은 대학가 상권을 살펴보기 위해 머니S가 대학가로 향했다.

거리두기 해제했을 뿐인데… 대학생·자영업자 마음의 거리 '가까이'
코로나19로 인해 약 4년 동안 고요하던 대학가는 학생들의 등장으로 금새 활기를 찾았다. 사진은 개강을 맞이한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추계예술대학교 학생들이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학교 인근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랜선으로만 만났던 동기, 선·후배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인 거리에는 웃음만이 맴돌았다. 특히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22학번 신입생 박모씨(남·20)는 "올해도 비대면으로 진행될까봐 걱정했는데 대면 수업이 대부분이어서 학교에 왔다"며 "동기들도 만나고 선배들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생 김모씨(여·21)는 "거리두기가 사라져 자정 넘어서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실 수 있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서는 다소 독특한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카페 업주가 버선발로 나와 학생들과 소통한 것이다. 그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채모씨(여·20)는 "테이크아웃만 했을 뿐인데 카페 언니가 웃는 얼굴로 '와줘서 고맙다' '너 덕분에 내가 산다' 등의 말을 건넸다"며 "저는 코로나가 완화된 시기에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자영업자들은 학생들의 등장으로 매장 매출이 올라 신이 난 듯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서비스만 주고받던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 모습이다. 카페 업주 김모씨(여·28)는 "실외에 이어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됐으니 웃는 얼굴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며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자연스레 표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대학 상권… 자영업자, 코로나로 '마인드' 바뀌었다
대학 인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암흑기를 겪었지만 자신만의 교훈·반성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사진은 개강을 맞이한 지난 2일 학생들로 가득 찬 서울·경기권 대학 인근 식당. /사진=서진주 기자
대학가 음식점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으로 북적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혼밥'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자리를 빈틈 없이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남·44)는 "코로나 암흑기 동안 혼밥하러 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며 "개강 시즌 혼밥족을 위한 자리를 별도로 마련해 가능한 모든 자리를 채우고자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가 새롭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문받기·서빙하기·테이블 정리하기·음식 조리하기·계산하기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던 이들의 얼굴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단국대학교 앞에서 7년 동안 식당을 운영 중인 한모씨(남·59)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기간 큰 타격을 입었다. 한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쉴 틈 없이 학생들이 방문해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 반성했다"며 "이전 매장 분위기가 그리웠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사라지니 소중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어떤 태도로 장사해야 좋을지 반성했던 4년"이라고 밝혔다.

단국대 앞에서 5년 동안 카페를 운영한 최모씨(여·37)는 변화된 상권 풍경에 감격해 했다. 최씨는 "을씨년스러웠던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개강 시즌이라 지난주부터 학생들이 서서히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매출이 서서히 오르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니 행복하다"며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신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최애 식당이 사라졌어요"… 증가한 임대 문의에 '씁쓸'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탓에 임대를 내놓은 곳이 많아 대학생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은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서울·경기권 대학 인근 매장. /사진=서진주 기자
안타까운 상황도 보였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대학생이 주고객이던 매장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임대 문의' 문구가 붙은 매장이 한 블록에 1개꼴로 흔했다.
이에 학생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코로나19 시작과 동시에 입대를 위해 휴학했다가 올해 복학한 박모씨(남·24)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라 사라질 줄 몰랐다"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식당이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에타(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에서 학교 앞 식당들이 사라졌다는 글을 봤는데 이렇게 많이 없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이 주요 고객인 대학 상권의 경우 유난히 코로나19 타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태 사회현상 분석가는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매장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텐데 대학 인근은 더 심했을 것"이라며 "최대 일 매출이 100만원이던 매장이 코로나 이후 5만원도 못 버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증한 배달 현상도 폐업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유 분석가는 "배달보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야 이익이 남는데 코로나 이후 매출의 대부분이 배달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며 "이 경우 배달업체에 배달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매장이 많다"고 밝혔다.

이제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았다. 대학 상권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 분석가는 "장기화된 거리두기 기간으로 MZ세대들의 외부 활동 욕구가 커졌다"며 "직접 식당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고 시간을 보내는 대학생이 많아질 것"이라고 대학 상권의 부활을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