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국내 입점한 외국은행 점포(외은지점)에 적용하는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 기업대출 여력을 약 12조원 이상 늘려주기로 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적용 등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같은 구상을 내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7회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외국계 은행 지점의 예대율 규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원화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는 외은지점의 규모를 기존 원화대출금 2조원에서 4조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원화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는 은행은 원화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예대율 규제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말한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원화 대출금 규모가 2조원 이상 4조원 미만인 영국 HSBC와 일본 MUFG 등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이 원화 예대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35개 외국 은행 지점 중 7개 지점만 예대율 규제를 받는 셈이다.


또 금융당국은 외국은행의 본지점차입금 중 장기차입금 전체와 장기차입금의 50%를 한도로 한 단기차입금의 일부를 원화예수금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예수금이 올라가는 만큼 외국은행은 대출 여력을 크게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할 때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발행 등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해외 본점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경우가 많아 예대율 규제를 외국은행의 조달방식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 완화로 외은지점의 기업대출 공급 여력이 약 12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35개 외국은행 지점 원화대출금은 가계대출 1205억원, 기업대출 35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9.7%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번 예대율 규제 완화가 은행간 기업 대출금리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주로 외은지점은 주로 외국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을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데 향후 이들은 대출 여력이 늘어난 만큼 중소기업에도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역시 기업 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10조9236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7512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698조2971억원)과 비교해선 3개월 만에 12조6265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은지점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본점에서 조달하는 자금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시중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며 "기업대출을 잡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