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석면폐증도 진폐증과 같은 기준으로 장해급여를 결정해야 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뉴스1
석면폐증 환자의 장해등급진폐증 환자와 같은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석면폐증으로 사망한 환자의 아내가 '남편의 장해등급 변경에 따른 장해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확정했다.

사망한 환자 A씨는 1977년부터 1999년까지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일했고 2014년 10월 석면폐증 진단을 받았다. 석면폐증은 석면 분진 흡입 때문에 폐 조직에 섬유화가 일어나는 병이다. 이후 A씨는 별다른 장해가 없다는 진단 결과로 장해등급 제11급 판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장해보상연금을 수령했다. 장해등급은 1급이 가장 높고 급수가 높을수록 보상금도 높아진다.


A씨는 증상 악화를 겪어 2018년 9월 정밀진단에서 심폐기능 경미장해 판정을 받았다. 재요양을 신청해 입원치료를 계속했으나 증상은 계속 심해졌다. 이에 주치의는 '폐 섬유화가 말기에 이르러 폐 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는 소견을 냈다. A씨는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거부반응으로 지난 2019년 2월28일 숨졌다.

숨지기 전날 A씨는 석면심사회의심의 결과에 따라 고도 장해인 '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3' 판정을 받고 재요양 대상자로 결정됐다. 심폐기능 F3는 대화나 옷을 입는 정도의 활동만 해도 숨쉬기가 힘든 정도를 뜻한다. 이에 A씨의 아내는 A씨가 심폐기능 F3 판정을 받았으니 장해등급을 제1급으로 상향하고 그에 맞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이식 수술 이후 발생한 폐렴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내세워 지급을 거부했다.

또 공단 측은 "A씨 주치의가 '폐 이식 후 석면폐증이 의학적으로 치유됐다고 볼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석면폐증이 '증상 고정 상태'(병이 악화돼 치료가 소용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석면폐증이 완화 불가능한 수준이었음이 확실했다면 장해등급을 올리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1심에서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사망 원인과 호전 가능성과 별개로 석면폐증 진단을 받으면 진단 결과에 부합하는 장해등급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면폐증을 진폐증과 같이 봤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상 진폐증과 석면폐증을 별개로 본다"면서도 "공단은 진폐증과 유사한 석면폐증의 세부적인 판정 절차, 장해급여 지급 기준을 진폐증을 준용해 판단한다"고 했다.

공단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봐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석면폐증의 경우 법리 유추를 통해 진폐증과 같이 볼 수 있고 증상 고정 여부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