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9일 한국에 예치돼 있던 우리 동결자금이 스위스 중앙은행으로 이체됐다"며 "해당 자금은 스위스에서 전액 유로화로 환전됐다"고 밝혔다. 파르진 총재는 이어 "해당 자금은 이란 은행들이 카타르 은행 2곳(알 아흘리, 두칸)에 개설한 계좌 6곳으로 이체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란의 케샤바르지 은행, 사만 은행, 파사르가드 은행, 가르데쉬가리 은행, 샤흐르 은행, 카라파린 은행은 이번 동결자금 반환을 위해 카타르 은행 2곳(알 아흘리, 두칸)에 계좌를 개설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앞서 NYT는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카타르 중앙은행의 한 계좌에 이체한다"(Putting the funds into an account in the Central Bank of Qatar)고 보도했다.
━
이란중앙은행 총재의 '이자' 발언, 자국 강경파 달래기 셈법━
주목할 점은 동결자금 반환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란 정부가 동결자금 이자에 대한 법적 절차를 예고한 것이다. 이란은 지난 4년 동안 동결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 받지 못했단 입장이다. 파르진 총재는 지난달에도 "동결자금이 그동안 한국에서 무이자 형태로 예치됐다"며 지난 2019년 70억달러(약 9조2500억원)에 달하던 동결자금이 무이자 예치와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60억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다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환율 변동을 감안해도 이자를 감안하면 동결자금 규모가 60억달러 규모이기는 어렵다. 한국·이란이 지난 2012년 동결자금에 금리 연 1.6%를 적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BK기업은행·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미국이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이후에도 이자를 꾸준히 지급해 왔다.
그럼에도 70억달러가 아닌 60억달러가 반환된 이유는 이란이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향후 이란핵합의(JCPOA)가 복원될 경우를 대비해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남겨두길 원했다.
이는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JCPOA 특성상 IBK기업은행·우리은행에 이란 자금이 남아있어야 한국·이란이 거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JCPOA 타결 직후인 지난 2017년 한국이 당시 원유 전체 수입량의 13.2%를 이란에서 수입할 당시에도 양국은 달러가 아닌 자국 화폐로 거래를 이어갔다.
당시 양국은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을 통해 달러 사용을 피했다.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은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IBK기업은행·우리은행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이란 통화인 리얄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구조다.
☞관련기사: 이란중앙은행 총재 "韓, 70억불 무이자 예치"… 속내 복잡한 '테헤란'
파르진 총재의 '이자 법적 절차' 발언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 이란 내 강경파 달래기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신 보도와 달리 이란 내 강경파 인사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깊은 불신과 불만을 품고 있다. 신정일치체제인 이란에선 IRGC가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 않으며 최고지도자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이란 행정부가 IRGC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란 국내 다수의 기업을 소유하는 IRGC는 이란 정치·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다.
실제로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동결자금 이자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이란 관계가 IRGC의 한국케미호 나포로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2021년 1월에도 나왔다. 파르진 총재 전임자인 압둘나세르 헴마티 당시 중앙은행 총재는 당시 공개석상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동결자금에 대한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란이 한국에 유독 강경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 대해 이란 소식통 A씨는 지난달 머니S에 "친미 국가들은 지난 2019년 대이란 제재 복원 이후 대부분 비보도를 전제로 비공식 투자를 이어왔다"며 "반면 한국은 지난 2018년 (대이란 제재 부활) 미 행정부의 JCPOA 탈퇴 이후 철저히 미국 정부와 보폭을 맞춰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이 동결된 일본에는 이란이 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지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