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평가 자료를 무단 수집해 상사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해고된 직원이 법원의 구제를 받았다. /사진=뉴스1
동료의 인사 평가 결과를 무단으로 확보한 직원에 대한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경기아트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전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앞서 경기아트센터는 2019~2020 직원 간 다면평가 결과를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여기에는 직원 78명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담겨 있었다. 경기아트센터는 개별 인터넷 주소를 해당 직원에게 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보안 방식이 허술해 다른 동료의 평가 결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경기아트센터는 직원에게 1부터 78까지 고유 번호를 부여해 인터넷 주소 끝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도록 했다. 주소 마지막의 숫자만 다르게 입력하면 다른 직원의 평가 결과까지 볼 수 있는 단순한 조합이었다.

경기아트센터 직원 A씨는 이 방식으로 지난 2020년 1월 직원 51명의 다면평과 결과를 무단으로 열람했고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해 본부장인 B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해당 행위가 적발돼 A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 역시 원심 판단에 결점이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인터넷 주소를 변경 입력한 것 외에 별도의 부정한 수단으로 볼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경기아트센터는 1심 판결 이후 ▲권한 없이 다면평가 결과 무단 열람 ▲직무상 의무위반 및 타인의 업무권한 침범 ▲유출사건 자진신고 지시 위반 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위원회는 징계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기아트센터는 해고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면평가 정보를 직속 상사나 주관부서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A씨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며 "다면평가를 주관하는 부서는 경영지원팀이고 A씨는 안전시설팀 소속이어서 직무상 의무행위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보안상 허점을 이용해 다면평가 정보를 저장했지만 보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침입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비위행위가 가볍지 않지만 연속 숫자번호 방식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도 다수의 사람이 다면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모든 책임을 A씨에게만 돌리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A씨는 다면평가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이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다수에게 유포하지 않았다"며 "A씨의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