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진 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의료현장으로 향하고 있다.2024.3.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가 20일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의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하며, 의대 증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작업을 이날 오후 공식 발표한다. 전체 정원의 80%(1600명)를 비수도권에, 20%(400명)를 수도권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최종 모집 정원은 매년 5월에 발표되는 신입생 모집 요강에 반영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해내야 한다"며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곧장 반발했다. 김강현 대한의사협회(의협) 사무총장 겸 대변인은 같은날 오후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동시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를 끊어버리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국가 100년 대계인 의대 교육을 훼손하고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키는 국가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의대 증원 2000명 수치를 두고서도 의정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확고한 것(의대 증원 2000명)을 뒤집으려면 거기에 상응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더 어렵게 됐다. 의협은 "의료계도 이 분야 전문가들을 모두 동원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답을 정해놓고 과정을 맞추는 식이 아니라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사직서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돼 면허정지 사례가 나오면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8일 총회를 열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부산대 교수회, 양산부산대병원 교수회는 지난 18일 의대 교수 555명에게 사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356명이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이날 의대 정원 배분이 발표되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북대를 방문하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무리한 증원은 필연적으로 의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실력 없는 의사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대 의대 비대위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20일로 예정된 의대 정원 배정을 중단하고, 정부가 대화의 장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정부는 위기에 빠진 필수의료, 지역 의료를 할 의사를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당장의 필수 의료, 지역 의료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하루를 버티기 힘든 응급환자, 중증환자들을 헤아려서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위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도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느니, 차라리 의업을 떠나겠다"며 "흉부외과는 남은 자들이 온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얼마 버티다가 결국 문드러져 버릴 것"이라고 적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전날 저녁 온라인 긴급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가 개별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제출하는 사직서를 취합하기로 하고 제출 시기는 전공의나 의대생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나 타 대학과의 공동 대응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시점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도 오는 22일 회의를 열고 각 의대 사직서 제출 여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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