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번 IPO에서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1주당 8300원~9500원이다. 2024년 상장 추진 당시 공모 희망가(9500원~1만2000원)와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하향 조정됐다. 총 공모주식수는 6000만주, 공모 희망가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원 수준으로 최대 공모금액은 5700억원이다. 과거 IPO 당시 기업가치가 최대 6조원대로 거론됐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눈높이에 맞춰 현실화한 셈이다.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외 주요 인터넷은행을 비교회사로 선정했다. 한국의 카카오뱅크와 일본 라쿠텐뱅크를 비교회사로 삼았으며 이들 모두 비대면 영업을 기반으로 제휴사에 은행 서비스·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뱅킹(BaaS) 모델을 통해 고객과 영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비교회사 선정을 토대로 책정된 케이뱅크의 공모 희망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38~1.56배 수준이다. 이전 공모 시점 대비 약 20% 낮춘 가격대로 시장의 눈높이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상장 추진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올해 7월까지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조항을 설정했다.
눈높이는 낮췄고, 남은 건 상장 이후다. 케이뱅크가 공모가와 물량을 동시에 낮추며 현실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시장의 관심은 상장 후 성장 동력으로 쏠린다. 특히 IPO 직전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은 이번 상장 주목도를 신사업 중심으로 짜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월 30일 'KSC Wallet', 'KSTA Wallet', 'Ksdiv Wallet' 등 총 13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참조 : 본지 2월2일자 [단독] IPO 임박한 케이뱅크,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13건 무더기 출원). 지정 상품·서비스에는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결제토큰 발행업', '암호화폐 금융거래업' 등이 포함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등록해 둔 것"이라며 "월렛은 스테이블코인을 담는 지갑 형태"라고 설명했다.
공모가를 낮춘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를 설득하려면 상장 이후 추가 성장 동력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케이뱅크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빈자리를 메우는 전략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출원 자체가 곧바로 사업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향후 사업 방향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형 행장은 지난달 '설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전사적인 AI(인공지능) 도입으로 업무 방식과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분야 대응 역량을 강화해 미래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고객 수 2600만명, 자산 85조원으로 확대해 비대면 금융을 선도하는 종합 디지털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중에서도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 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검증(PoC) 사업인 '팍스프로젝트' 1단계 검증을 마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디지털자산 전문기업 체인저, 국내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와 함께 한–UAE 디지털자산 및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송금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속도와 범위는 정책 환경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행보는 IPO 전략 측면에서 메시지를 던진다. 공모가와 물량은 현실화하되 상장 이후 성장 그림은 스테이블코인·플랫폼 확장으로 이어지는 신사업에서 찾겠다는 구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모자금을 자본적정성 확보, SME 시장 진출 확대, Tech리더십 강화,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 구축, 신사업 진출 등에 투자해 혁신금융과 포용금융 실천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4~10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2월 20~23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3월 5일이며,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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