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각자대표로 내정되며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 전면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사진=이마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다.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던 과거 오너 경영의 한계를 벗어나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는 책임경영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행보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 각자대표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정 회장을 등기이사로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각자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올해 정기 임원인사 때 정 회장을 각자대표로 내정한 뒤 내년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선임 절차를 밟는다.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가 되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계열사는 3곳이 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사인 AG글로벌홀딩스의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은 오너의 실행력과 경영 성과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재편됐다. 이마트 본업 경쟁력 회복과 스타벅스코리아 쇄신, 신세계프라퍼티의 대형 개발사업 성과가 향후 정용진 체제의 시장 평가를 가를 핵심 지표다. 경영 성과에 대한 자본시장의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장은 주주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비등기 상태로 그룹 전반에 관여하던 오너가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 위치로 이동해 의사결정권자와 성과 부진 시 책임소재가 이전보다 명확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주주 입장에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지배구조 변화라는 분석이다.

거버넌스 측면의 긍정적 의미도 거론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 회장이 이번에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직접 나서는 것은 최근 스타벅스 논란 등 그룹을 둘러싼 리스크에 대해 오너로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대응"이라며 "그동안 비등기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비판을 수용해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책임경영 선언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주도했던 일부 신사업과 투자 성과를 거론하며 오너의 직접 경영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는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직접 경영은 대형 개발사업과 신사업 추진 그리고 자회사 관리 책임과 직결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올해 3월 미국 리플렉션AI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립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논란을 겪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다. 그룹의 현재 실적과 미래 사업 모두가 정 회장의 책임 아래 놓이게 됐다.

정 회장은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