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일 크게 하락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지수 9000에 임박했다가 크게 밀린 8일 코스피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 조정' 시각을 나타냈다. 다양한 증시 하방 압력 요소가 있지만 반도체 등 주도주 중심의 강력한 증시 상승 동력은 여전하다고 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 보다 112.50포인트(-1.38%) 떨어진 8049.09에 장을 열었던 코스피는 676.18포인트(-8.29%) 하락한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7440선까지 밀렸다 낙폭 줄였지만 8000 회복은 실패
코스피는 이날 최저 7442.73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만회했지만 결국 8000선에 복귀하지 못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지난주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장중 1560원까지 치솟자 이날 국내 증시는 개장 전부터 '블랙먼데이' 공포가 확산됐고 장이 열리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전 개장 직후 한 때 코스피가 8.4% 떨어진 7442.73을 기록하자 한국거래소는 20분 동안 매매 거래를 중지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시켰고 이후에도 지속된 하락세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가동시켰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약세로 마쳤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10.18%), SK하이닉스(-7.68%), 삼성전자우(-8.77%), SK스퀘어(-11.13%), 현대차(-8.71%), 삼성전기(-5.29%), LG에너지솔루션(-6.16%), 삼성생명(-8.97%), 삼성물산(-11.29%), HD현대중공업(-6.48%)이 모두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55원을 넘어 한 때 1560원에 근접했지만 당국의 구두개입 영향에 이후 소폭 하락하며 전 거래일 주간 종가 대비 4.1원 내린 153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 중 1555.2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0일(1561.0원) 이후 최대치였다.

코스피가 크게 떨어지자 증시 하락장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곱버스'(인버스 2배) ETF(상장지수펀드)는 웃었다.

한국거래소와 ETF 체크에 따르면 이날 주요 곱버스 ETF 수익률은 ▲TIGER 200선물인버스2X 14.74% ▲PLUS 200선물인버스2X 18.33% ▲KIWOOM 200선물인버스2X 16.28% ▲RISE 200선물인버스2X 19.78% ▲KODEX 200선물인버스2X 17.05%다.
전문가 "높아진 기대치, 과열된 상승장 안정화 과정"
코스피가 크게 떨어졌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는 단시 조정 기간을 거쳐 다신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조아인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하락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상승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 욕구가 확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8일 크게 떨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가능성이 짙다고 언급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뉴시스
그는 "미국 5월 고용 지표 서프라이즈가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했고 반도체 실적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와 하이퍼스케일러의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며 "수급 관련 우려가 증시에 하락 압력을 더했고 최근의 증시 강세 과정에서 신용 잔액 증가와 레버리지 포지션 확대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조정은 AI 반도체 업황 훼손보다는 과열된 포지셔닝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가깝다"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주 미국의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발표와 한국 선물·옵션 동시 만기, 스페이스X 상장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집중돼 있다"며 "급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고 단기 변동성 국면을 활용한 AI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높아진 기대 수준에 대한 현실 점검과 과열 해소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주 예정된 미국 CPI와 다음주 FOMC는 앞으로의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재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라면서도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나 연준의 매파적 발언이 확인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와 관련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정은 중장기 상승 추세를 훼손하는 국면이라기보다 과열된 투자심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해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부연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올 들어 글로벌 주요국 대비 강한 성과를 기록했고 반도체, AI·원전·로보틱스 등 일부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포지션도 함께 높아졌고 기대가 높아진 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린다"고 짚었다.

이어 "외국인 수급·환율·글로벌 금리·지정학 변수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이 동시에 불안정해져 조정 폭과 속도가 확대됐다"면서도 "현재의 조정을 곧바로 구조적 위기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동안 누적된 기대와 포지션을 일부 덜어내는 과정으로 볼 여지도 있어 상승장의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