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뜨거웠던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어느새 거의 사라진 듯하다. 노사는 합의했고, 파업은 없었으며,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이슈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렇게 덮고 지나갈 사안이 아니다.
이 논쟁은 반드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야 한다. 이 논쟁에는 여러 문제가 겹쳐 있다. 우선 사용자 측의 사전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삼성전자 경영진은 메모리 반도체 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과반 노조가 등장했고, 직원 개인 입장에서는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수억원대 성과급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었다. 이런 밀려오는 쓰나미에 대비하는 회사 측의 선제적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관리의 삼성'도 옛말인가 보다.

정부가 노사교섭의 전면에 등장한 장면도 우려스럽다. 대형 노사관계 이슈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협상을 지원하는데 머물러야 한다. 노사관계는 노사 자율교섭의 영역이지, 정부가 감 내라 배 내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방식은 기업과 노조 모두의 책임성을 약화시킨다.


세수 측면에서 보면 성과급 문제의 수혜자는 정부일 수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적용받은 소득세 한계세율 44.2% 이상(지방소득세 포함)으로 예상되고, 이는 법인세 한계세율보다 27.5%보다 높다. 세수 확대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최대 수혜자이고, 세금 납부액보다 배당금을 적게 받는 주주가 최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은 성과급 규모가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에 기존 분류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계층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최고 근로자 계층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었다. 이들은 높은 임금, 강한 고용보장, 조직화된 교섭력, 그리고 막강한 파업권을 갖고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조합원, 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사실상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많은 경우 이들은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들이 이익을 충분히 챙긴 후 배분된 잔여 이익을 가지고 생존에 허덕이는 계급이었다. 물론 취업을 하지 못한 근로자들에게는 이것조차도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 근로자들은 기존의 최고 근로자 계층을 넘어서는 새로운 '울트라 근로자 계층'의 탄생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강력한 고용보장을 누린다. 회사가 적자를 내더라도 손실 책임을 직접 지지 않는다. 이미 한국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회사 이익이 발생하면 주주에 앞서, 정부에 앞서, 임금이 아닌 이익연동 보수의 형태로 성과 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되었다.


성과급 논란 당시 미래 투자, 글로벌 경쟁, 이익의 원천 등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수억원의 소득 기회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주장이 노조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근로자 개인의 양심이나 애국심에 호소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이다.

현재 노동제도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근로자의 고용 보호를 누리면서 동시에 기업 이익에 대한 강한 청구권도 갖는 하이브리드 울트라 근로자 계층의 화려한 탄생을 보여준다. 현재의 이분법으로는 이 계층을 포괄하기 어렵다. 이제 근로자와 사용자의 양쪽 권한을 동시에 가지는 하이브리드 울트라 계층을 분리하여 새로운 계층을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와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일정 임계 수준을 초과하는 성과급에 대해서는 고용 보장의 완전성을 조정하거나,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의무 취득하게 함으로써 이익과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삼성전자 성과급 이유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