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공적인 서해안 해저 송전망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송전망 모델이 필요하단 진단이다. 한전 단독 모델로는 전력망 구축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기업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9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안도걸 의원과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공적인 서해안 해저 송전망 구축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진일 EY 한영 상무는 최근 주목받는 서해안 해저 송전망 1단계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서해안 해저 송전망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축으로 새만금과 서화성을 잇는 1단계 사업의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상무는 서해안 해저 송전망의 경제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국내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전력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넘어 국내 주요 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자원이 됐다"며 "(서해안 해저 송전망 1단계 사업) 구축·운영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순 있으나 약 100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가 연구한 자료를 보면 1단계 사업비 2조8000억원 기준 ▲건설 부문 5조7000억원 ▲운영 부문 8조9000억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간접적으로는 핵심 수요처인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준 각각 69조원, 159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세수 증대·고용 창출 등 부가적인 이익을 더하면 실제 성과는 상당할 거란 분석이다.

지역 간 에너지 수급 불균형 해소 등 정성적인 효과도 분명하다. 김 상무는 "현재 수도권 전력 자급률 60% 중반이지만 호남권은 130% 이상인 상황"이라며 "1단계 사업으로 전력이 공급되면 2024년 기준 소비전력량의 6%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전망 필요성이 커져가는 만큼 이를 확충하기 위한 추진구조 및 재원조달 방안도 제안됐다. 특히 두 번째 발제로 나선 황우곤 한국자산매입(주) 대외정책부문 사장은 공공 독점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통적인 한전 중심 체계로는 적기 송전망 구축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황 사장은"2038년까지 국가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투자 재원은 7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부채 약 206조원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이 해당 재원을 감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전 내 송·변전 건설 전담 인력 및 조직 역량이 제한적인 데다 입지 갈등 및 주민 수용성 저하 문제도 계속 심화하고 있어 지금 체제에서는 송전망을 속도감 있게 구축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게 'BT(건설 후 이전) 모델'이다. 민간 사업자가 민간 재원으로 송전망을 건설한 후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과 운영권을 100% 한전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및 전기사업법 개정 등을 바탕으로 BT 모델의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황 사장은 "BT 방식은 민간의 대규모 자금과 특유의 유연한 협상력이 더해지는 만큼 한전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고질적인 인허가 및 민원 장벽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이 송전망의 유지보수 및 계통 운영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전력망 안정성 역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도 민간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에 힘이 실렸다. 조관희 현대건설 인프라개발팀장은 "전력망 사업 참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며 "향후 역할에 따라 민간 기업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공기업이 해내지 못했던 영역까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관련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서해안 해저 송전망 사업의 경우 어민·군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분배할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