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관상자는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김지연 서울동부지법 민사 제51단독 부장판사는 전날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신청한 증거보전 사건을 일부 인용 결정해 이날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보전 대상은 투표용지 보관상자와 투표소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4건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당시 투표소로 사용된 잠실 우성아파트 노인정에는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없었다.
당시 투표용지는 모두 기표를 마치고 투표함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빈 박스였다. 그럼에도 김정철 후보가 이 보관상자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한 것은 '인쇄매수 1900매'라는 표기 자체가 선거 부실 관리의 결정적 증거가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확정 선거인은 3856명이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 선관위에 선거인 수의 최소 50%를 기준으로 투표용지를 인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렇다면 잠실7동 제2투표소에는 최소 투표지가 1900매가 아닌 1928매가 있어야 한다. 확정 선거인(3856명)의 49.3%인 1900매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애초에 자신들이 정한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송파구 선관위가 (확정 선거인의) 50% 이하로 준비한 것 같긴 하다. 다만 100매 이하는 절사(節舍, 잘라서 없앰) 지침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업무편람에 따르면 100매 미만은 절사해도 된다는 지침이 있고, 송파구 선관위 측이 이에 따라 1928매 중 28매를 절사하고 1900매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100매 미만은 절사해도 된다는 규정과 선거인 수의 최소 50%까지 투표용지를 인쇄하라는 지침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보관상자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중앙선관위는 사라진 보관상자의 행방에 대해 보고받은 게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택배를 받아도 안의 택배 내용물이 중요하지 택배 상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투표용지 보관박스는 법적으로 보관의무가 없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행방과 관련해 송파구 선관위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그는 "선관위 측에 관련 사실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고, 조만간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을 하기로 했다"며 "답변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 증거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파구 선관위는 "법원에서 보전 명령을 통보받기 전 이미 폐기 전문업체가 (보관상자를) 다른 물건과 함께 실어 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관상자가 발견되든, 영원히 찾지 못하든 상관없이 송파구 선관위가 확정 선거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용지를 준비한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선관위의 부실 선거 관리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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