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서 보험업계의 자산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인상하면서 보험업계의 자산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해외채권의 환율 위험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보험사의 투자수익과 자본 건전성, 유동성이 함께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장중 1540원대를 기록한 뒤 최근 1480원대까지 내려왔다.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환율과 큰 변동 폭이 보험사의 외화자산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서 보험사들은 해외자산 투자뿐 아니라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얼마나 확보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환율에 환헤지 비용·요구자본 동반 상승
보험사는 장기 보험계약에 맞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 등 해외 장기채권에 투자해 왔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보험업권의 외화자산은 약 172조5000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14.9%를 차지했다. 생명보험사가 약 127조원, 손해보험사가 약 46조원을 보유했다.

외화자산은 환율이 움직일 때 원화 기준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이를 줄이기 위해 미래에 달러를 일정한 조건으로 원화와 바꾸는 계약을 맺는다. 이를 환헤지라고 한다. 쉽게 말해 환율이 오르거나 내려도 해외자산의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미리 환율을 정해두는 안전장치다.

문제는 환헤지 계약의 만기가 돌아와 새 계약으로 갈아탈 때다. 고환율과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면 계약 갱신 비용이 늘어 해외채권에서 거둔 수익을 깎을 수 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의 원화 가치가 커지더라도 보험사는 대부분 환헤지를 해둔 만큼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반면 환헤지 비용은 손익에 직접 반영돼 투자수익을 줄일 수 있다.


환율 상승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달러로 보유한 해외자산은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규모가 커진다. 자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환율이 반대로 움직일 때 입을 수 있는 손실 규모도 함께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보험사는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한 자본이 늘어나면 보험사의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낮아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신용평가사 등의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때 보험사의 K-ICS 비율이 평균 약 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환율의 장기화는 보험사의 해외투자 환헤지 비용을 늘리고 지급여력비율 등 자본 건전성 지표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헤지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회사별 자산과 부채 구조에 맞는 환위험 관리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까지 겹쳐 유동성 관리 부담
기준금리 인상은 보험사의 유동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고환율로 환헤지 계약에 필요한 추가 담보가 늘거나 보험금·해지환급금 지급이 많아지면 보험사는 보유채권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 이때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까지 떨어져 있으면 매각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고금리로 가계의 이자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점도 변수다.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이 늘고 약관대출 수요까지 증가하면 보험사가 단기간에 확보해야 할 현금이 많아진다. 결국 고환율은 해외투자 비용과 자본 부담을 높이고, 금리 인상은 채권 매각과 현금 확보를 어렵게 해 두 부담이 서로 맞물릴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비용과 추가 담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보유채권의 가치까지 낮아지면 유동성 관리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