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대표가 RX사업추진실장으로서 마주할 첫 시험대는 제조 현장용 로봇 상용화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화에 본격 나서는 가운데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공과 폴더블폰·모바일 인공지능(AI) 대중화를 이끌었던 그의 판단력과 추진력이 로봇 사업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표이사 직속 로보틱스경험(RX)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여러 부문에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역량을 결집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사내 조직별로 로봇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 수립, 제품 기획 등이 분산돼 있어 의사결정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RX사업추진실장은 노태문 대표가 맡는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 출신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합류했다. 자율주행 로봇 분야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로봇 손을 연구하는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도 배치됐다. 기술 전문가들이 세부 개발을 담당하고 노 대표는 사업 전략과 제품화 방향 등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노 대표에게 미래 핵심 사업을 맡긴 배경에는 개발자부터 부문장까지 두루 거치며 쌓은 경험과 사업 추진력이 자리하고 있다. 노 대표는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엔지니어로 입사해 차세대제품그룹장과 혁신제품개발팀장 등을 거치며 휴대전화 개발에 주력했다. 2010년에는 갤럭시S 핵심 개발자로 참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2011년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1위에 올랐다.

개발자로서 갤럭시S의 성공을 이끈 노 대표는 2020년부터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맡아 폴더블폰 대중화를 이끌며 리더십과 실행력을 입증했다. 당시 폴더블폰은 높은 가격과 두꺼운 두께, 내구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었다. 노 대표는 대화면과 생산성을 강조한 갤럭시Z 폴드와 휴대성·디자인을 앞세운 갤럭시Z 플립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힌지와 디스플레이 내구성을 높이고 두께와 무게를 줄이며 폴더블폰을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안착시켰다.

시장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노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확산하자 2024년 갤럭시S24 시리즈에 '갤럭시 AI'를 처음 적용했다. 실시간 통역과 검색, 문서 요약·편집 등 AI 기능을 스마트폰에 구현한 데 이어 기존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으로 적용 대상을 넓혔다. 이는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 갤럭시S24 시리즈의 2024년 상반기 출하량과 매출은 전작보다 두 자릿수 증가했다.


로봇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만큼 노 대표의 경험과 추진력이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첫 시험대는 제조 현장용 로봇이다. RX사업추진실은 실제 공정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확보한 뒤 산업용과 가정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 대표도 지난 1월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생산 거점에 자동화용 로봇을 우선 도입하고, 축적한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B2B와 B2C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출범하는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중장기 관점에서 로봇 사업화 역량을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