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물류시설의 복층 적재 구조인 '메자닌'(Mezzani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메자닌 구조가 진화와 수색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관련 시설의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의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 자체를 문제로 단정하기보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소방 안전기준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메자닌은 층고가 높은 물류센터 내부에 중간층을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설계 방식이다. 제한된 부지 안에서 적재 공간과 작업 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이커머스와 택배 물동량이 급증한 국내 물류산업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메자닌 구조를 적용한 물류센터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라 물류창고업 등록 사업자는 시설·장비 현황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관련 정보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연계된다. 메자닌 구조는 의무 기재 대상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적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별도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공개 자료를 보면 일부 기업만 메자닌 구조를 기재하고 있을 뿐 상당수 물류시설은 자동분류기나 지게차 등 장비 위주로 등록돼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메자닌 구조를 운영하는 물류센터 규모가 공개 자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에 앞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메자닌 구조는 택배·유통·제조 물류시설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을 받은 대형 물류시설은 물론 해외 아마존과 UPS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생산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운영 방식으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메자닌 구조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보기보다 물류시설 특성에 맞는 소방 기술과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구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식보다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복층 구간 전용 스프링클러 헤드 및 열감지 센서 추가 설치 ▲방화구획 보강 및 화재 차단용 드렌처 설비 확충 ▲연기 배출을 위한 제연설비 고도화 등 메자닌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기술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자닌 구조는 공간 효율성과 물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는 설계 방식"이라며 "구조 자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기보다 물류시설 특성에 맞는 안전기준과 관리체계를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일괄적인 규제를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시설 규모와 사업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물류기업이 예상치 못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안전 매뉴얼 보완과 관리체계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설 안전 문제를 논의하려면 우선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의 규모와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토대로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산업 현실에 맞는 소방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