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호실적을 내고 자본 투자가 늘어났지만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며 지출 여력이 부족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22일(이하 현지시각) 실적 발표 이후 알파벳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하락했다. 이후 23일 정규장에서도 7.13% 급락해 317.69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AI 성장성 자체는 유효하지만 자금 압박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자본 조달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봤다.
구글 클라우드가 끌어올린 알파벳 실적…클라우드 부문 매출 81% 증가, 영업이익률은 211.89% 급증
최근 증시는 AI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우려로 조정을 겪었다. 이에 7월 말 발표되는 주요 빅테크의 2분기 실적과 향후 자본 투자 계획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 때문에 시장은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주목했다. 공개된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상회했다. 회사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23% 증가한 1197억9600만달러(약 175조8844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0.38% 증가한 407억7000만달러(약 59조8911억원)였다.

서비스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4.53% 증가한 945억4000만달러(약 138조8603억원)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구글 검색은 17%, 유튜브 광고는 13% 성장했다. 부문 영업이익은 395억4400만달러(약 58조822억원)였고 영업이익률은 41.8%였다.


성과가 두드러진 부문은 클라우드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0% 급증한 247억6800만달러(약 36조3792억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8억1400만달러(약 12조9460억원)로 211.89%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20.7%에서 35.6%로 늘어났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및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에서 "알파벳의 AI 투자는 가능성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회사 모델에 대한 수요는 고객들의 토큰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공급 부족 현상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벳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확대하며 성과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포춘 100대 기업의 90%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사용한다"며 "펩시코와 인텔, HSBC, 화이자, 모간스탠리 등 다양한 고객사가 AI 분석과 설루션, 자산관리, 고객 관리, 보안 등의 효율화를 위해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미래 성장성을 내세웠다. 그는 "구글 클라우드의 2분기 수주 잔액은 1분기 대비 500억달러(약 73조2150억원) 이상이 늘어나 5140억달러(약 752조6502억원)에 달했다"며 "향후 24개월 동안 전체 수주 잔액의 50% 이상을 매출로 인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확대에 잉여현금흐름 적자 전환되자 주가 7%대 급락…"성장은 계속, 향후 재원 마련 주시해야"
아슈케나지 CFO는 알파벳의 자본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연간 자본 지출 전망치를 기존의 1850억달러(약 270조8770억원)에서 2000억달러(약 292조8400억원)로 상향 조정한다"며 "증가하는 AI 수요를 맞추기 위한 설비 확충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자본 지출 역시 더 크게 증가할 예정으로, 추후 자세한 내용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지출이 영업을 통한 현금 확보보다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로 알파벳은 이번 분기에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이 58억5500만달러(약 8조57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40.81% 증가한 390억6900만달러(약 57조2048억원)로 늘어났다. 하지만 자본 지출은 100% 넘게 뛰며 449억2400만달러(약 65조777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번분기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자본 지출이 더 많았음을 뜻한다.

이에 23일 알파벳 주가는 7.13% 하락했다. 2025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비슷하게 FCF가 적자로 돌아선 테슬라도 이날 14.52% 급락했다. 여기에 중동 악재가 겹치며 나스닥 지수는 2.15% 하락했고 코스피는 5.72% 급락했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알파벳 주가 하락에 대해 "자본 지출 전망치가 다시 늘어났지만 FCF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AI 투자 비용 부담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성장이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어 인내할 가치는 충분하지만 단기간 주가 상단에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12개월 누적 FCF는 532억7300만달러(약 78조23억원) 수준이므로 여유가 있다. 이번 분기 FCF 적자 전환은 당장 현금 창출력이 무너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을 인프라 투자 비용이 처음으로 앞지르며 점차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알파벳은 지난 6월 보통주와 의무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496억달러(약 72조6441억원)를 조달했고 2분기 중 203억달러(약 29조7313억원) 규모의 선순위 무담보채권도 발행하며 영업 현금 이외의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CF가 음전한 부분에 대해 AI 투자 재원의 제약 요인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알파벳은 자금을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부채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투자가 이제 현금을 넘어 최적 자본 문제에 마주쳤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