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단순히 공장만을 유치하던 과거의 국가사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줄이고 국토 불균형으로 인한 부동산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험대가 돼야 한다.
지난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광주특별시')에서 만난 전남광주반도체산업지원단은 군공항이 이전한 후 해당 부지를 생산 거점으로, 인근 첨단지구 등을 AI(인공지능)·반도체 후공정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하고 대한민국 반도체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시설(팹)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전력과 용수 공급의 안정, 협력업체, R&D 인력의 유기적인 연결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2030년 첫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원단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관계기관 등은 전력 확보를 위한 송전망 구축 방안의 마무리 단계를 협의했다.
지원단 관계자는 "전남광주의 풍부한 전력 기반은 큰 장점"이라며 "RE 100(재생에너지 100%) 규제가 강화돼 재생에너지 확보는 기업의 입지 선택에서 핵심 요소다. 정부가 기업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땅이 선택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남권의 전력 자급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RE 100 대응 면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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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유치·인프라 구축 본격화━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물을 더 확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용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재이용 방안을 마련해 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광주 군공항 부지 약 826만㎡(250만평)에 반도체 팹 4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광주특별시는 이달 초 반도체산업지원단을 출범, 기업 유치와 인허가 지원에 착수했다. 기업이 여러 부서의 행정절차를 밟을 필요 없도록 원스톱 인허가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투자기업 지원도 담당하고 있다.
군공항 부지는 보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지로서 공사 기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KTX 광주송정역과는 차로 5분 안팎에 위치했고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원단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후 수십년간 묶여 있던 고도제한이 해제되면 개발 가치가 높아지고 일대가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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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머무는 도시 돼야"━
군공항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군공항 이전은 20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여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광주에는 아직도 분양이 안 된 산업단지가 적지 않다. 실제 착공이 이뤄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다른 주민 B씨는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인프라 시설을 조성해 기업뿐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과거의 산단 조성사업에서 교육과 문화 인프라의 부족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광주특별시는 산업 기반 조성과 함께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협력업체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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