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범행 현장의 족적과 송씨의 샌들 바닥 문양이 99.9%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송씨를 살인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자 검찰은 추가 족적 감정과 혈흔 및 DNA 분석,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통신내역 조사 등을 진행한다며 무려 3년 6개월간 추가 수사를 벌였다. 이어 사건 발생 20년이 지난 2024년 6월 송씨를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송씨는 '짜맞추기 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심에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에서 다시 무죄로 뒤집혔다.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2번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설령 족적이 동일하더라도 송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될 뿐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송씨는 381일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그 사이 송씨의 삶은 모든 게 달라졌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던 송씨는 구속되면서 정년을 코앞에 두고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 구속과 함께 월급이 크게 깎였고, 퇴직금도 크게 줄었다. 송씨를 변호한 양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중현)는 지난 26일 '동행미디어 시대'에 "처음 변호를 맡을 때 송씨는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며 "검찰청 접견실에서 만난 송씨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억울하니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송씨는 지금까지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어 심리 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통원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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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해외여행 경험'이 도주 우려의 근거?━
일단 구속되고 나면 나중에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무너진 삶의 기반을 회복하기 힘들다. 대한민국 헌법 27조 4항에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못 박은 것은 시민의 삶이 국가권력에 의해 너무 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에서는 '불구속 재판'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즉, 피의자 구속은 '형사재판에 출석할 것을 보장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확정된 형벌을 집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거꾸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여전히 수사기관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만능키'처럼 사용하고 있다. 구속을 위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됐던 6·3 지방선거 개표소를 지킨다며 체육단체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끝까지 막아 일각에서 '올다르크'(올림픽공원+잔다르크)로 불리는 30대 여성 A씨의 구속영장 사유를 보면, 수사기관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얼마나 편의주의적으로 남발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A씨의 구속영장에 '현재 30세에 불과해 도주의 지장이 있는 질병이 없고, 해외여행 경험이 있어 언제든 해외 등 무연고지로 도피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꿰맞추기식' 영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건강하고,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는 점을 구속 사유 중 하나인 '도주 우려'와 무리하게 연결했다는 것이다.
A씨 변호를 맡은 박주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황금률)는 "이런 논리라면 해외 경험이 많은 요즘 2030세대는 모두 구속 사유를 가진 셈"이라며 "과도한 영장 신청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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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확정 시 보상보다 수사기관 책임 묻는 절차 필요"━
구속 자체를 범죄의 확정이나 형벌의 집행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선 구속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유우성씨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지만, 여전히 '간첩'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04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2013년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며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이 국가정보원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나온 허위 진술이었던 데다 유씨의 북한 출입기록 역시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유씨는 2013년 1월 국정원에 체포된 이후 같은 해 8월 1심에서 무죄를 받을 때까지 7개월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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