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는 오는 30일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연이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5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분기 41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 역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9551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돼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호실적은 정제마진이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에는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재고의 장부가치가 오르는 재고평가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2분기 들어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며 재고평가이익 영향이 줄었지만 정제마진이 이를 상쇄했다. 2분기 싱가포르 정제마진 배럴당 평균은 24.7달러로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정제마진 강세는 원유보다 경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쟁 여파로 중동 수출용 정유시설이 멈춘 가운데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처리량도 줄어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위축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세계 정유설비 처리량은 전년 동월보다 하루 600만배럴 줄었다. 석유제품 수요는 견조해 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격차가 벌어졌다. 고부가 윤활기유 사업의 호조도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부터는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급변하는 중동 정세다. 양국은 지난 24일부터 상호 공격을 중단하며 소강 국면에 들어섰지만 입장 차가 큰 만큼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정학적 불안 완화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유사들이 고가에 확보한 원유에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고가에 구매한 원유가 정제·판매되는 사이 석유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역래깅 효과도 우려된다.
미국·이란 충돌 장기화도 부담이다. 해협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유 조달이 지연되고 운임·보험료가 올라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원유는 산지마다 황 함량과 밀도가 달라 곧바로 다른 지역 원유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국내 정유시설은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 처리에 최적화돼 있다.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도 지난 1~5월 전체 원유 도입량에서 중동산 비중(62.8%)이 절반을 웃돌았던 이유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장기화도 하반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휘발유·경유 등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국내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기에 국제유가와 운임·보험료가 올라도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정부가 정유업계가 주장하던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아닌 실제 투입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보전액을 산정하기로 한 것도 우려다. 업계가 추산한 손실과 실제 보전액 간의 격차가 커져 보전금 지급 이후에도 수익성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법 리스크도 남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개 법인과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중동 전쟁 이후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추산한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강세가 2분기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큰 만큼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