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M&A 먹성’이 새삼 화제다. 국내·외 30여개 기업을 인수하며 30대 그룹으로 덩치를 키운 저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랜드의 최근 M&A 행보에 탄력이 넘친다.
그런데 판을 너무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몸집을 불리는 사이 부채와 사내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30년 넘게 M&A로 몸집을 불려왔다. 옷가게로 시작해 사업에 성공한 박성수 회장은 96년 설악산 켄싱턴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뉴코아백화점, 하일라콘도, 한국까르푸, 한국콘도, 우방랜드 등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킨 큰 손이다.
이랜드의 M&A는 기존의 패션·유통에 레저를 더해 의식주와 여가를 책임지는 종합레저기업을 향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라리오, 벨페, 만다리나덕, 록캐런오브스코틀랜드 등 경제난에 봉착한 이탈리아와 영국계 패션 브랜드를 사들였다.
올 들어서는 PIC사이판과 팜스리조트 인수계약을 맺었고 여행사 ‘투어몰’도 인수했다 100억원대 다이아몬드와 오손 웰스의 오스카 트로피를 경매로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엔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 구단 인수전에 참여해 화제를 뿌렸다.
이랜드의 이같은 M&A 행보에는 실적 개선에 따른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8조69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도 5500억원을 거뒀다. 올해 매출 10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랜드 성장의 이면을 바라보는 이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의 현금성 자산은 현재 1000억원에 불과하다. 그간의 M&A 과정에서 이랜드는 대부분 회사채 발행이나 세일&리스백(소유 매장을 처분하고 그곳을 임대해 영업) 방식을 취했다. 타인자본을 조달했던 뉴코아와 홈에버 인수 때는 재무 레버리지가 급상승했다.
결국 이랜드는 2007년 2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2년만에 홈에버를 홈플러스에 재매각했다. 홈에버로 쓴 맛을 본 이랜드의 M&A는 이후 달라졌다.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킴스클럽 등 사업부문 매각을 병행하고 있다. 뉴발란스나 중국 사업의 최근 성장세도 인수 작업에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랜드의 허약한 재무 상태는 부실의 불씨로 지적된다. 2010년부터 이랜드가 M&A에 다시 주력하면서 재무안전성 지표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2008년 80.4%에서 2009년 131.1%, 2010년 199.7%로 불어났다. 이랜드월드도 부채비율이 작년 3분기 153.9%로 높았고, 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은 291.2%에 달했다.
나이스크레딧에 따르면 이랜드의 차입금의존도는 47.0%로 재무부담 수준이 과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순차입금은 2009~2010년 2년간 6944억원 증가했다.
성장 그늘에 가려진 이랜드의 기업문화도 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인수기업과 계열사들의 안정이 우선적인데도 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오너의 판단에 따라 M&A나 주요 의사결정이 상명하달 식으로 결정돼 소통이 막혀 있다는 전언이다. 타사에 비해 연봉 수준도 낮아 이랜드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다. 그래서 “수백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M&A로 회사가 성장하는 와중에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늘어만 간다”고 일부 직원은 푸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