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일정한 사이클에 따라 때가 되면 터질 것 같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 위기. 개인투자자들이나 기업인 모두 이런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역시 지난해부터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업인들은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7개국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발표한 '2012년 아시아 CFO 전망(CFO OUTLOOK ASIA) 보고서'는 한국, 중국, 인도, 홍콩,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의 CFO 465명이 참여한 경제전망 보고서다. 국내에서는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기업 45곳이 참가했다.
우선 한국 CFO들이 국내 경제를 대체적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 CFO들은 국내 경제를 평균 6.0점(1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아시아 CFO들이 역내 경제 현황에 대해 부여한 평균 점수인 5.9점보다 높은 수치다.
안성은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는 "한국 CFO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은 유럽 부채위기, 미국 재정적자, 유가, 중국 경제 둔화의 영향, 자산버블 등"이라며 "반면 국내 실업률, 인건비, 세금, 신용 가용성, 국내 정치 등 다양한 재무적 우려사항에 대해 타 아시아 지역 응답자 대비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국(7.5점), 호주(6.6점), 싱가포르(6.4점), 홍콩과 인도(6.1점) 등은 한국CFO보다 자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본은 90년대 자산버블 붕괴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평균 4.1점의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아울러 한국 CFO들은 재무적 우려 사항 중 환율(6.3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어 매출 증대(6.1점), 에너지 가격(6.0점), 규제 이슈(6.0점) 등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내 경쟁(5.9점)과 현금 흐름(5.2점), 국내 실업률(4.8점), 법인세(4.4점) 등도 재무적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또 이들 중 60%는 올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답변은 42%에 그쳤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익을 희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준의 설비투자액을 유지하겠다는 한국CFO도 무려 44%에 달했다.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란 답변은 29%,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 답한 재무담당자는 22%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사에 참여한 전체 아시아CFO들의 39%는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늘리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가별로 설비투자 의향이 가장 높은 CFO는 중국(48%)이다. 인도(42%)와 호주(40%)는 그 뒤를 이었다. 한국보다 설비투자 의욕이 낮은 곳은 싱가포르(26%)에 불과했다.
한편 BOA메릴린치는 지난 14년간 미국 내 중견기업 및 대기업들의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