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을 넣어놨어요. 7월이 만기인데 걱정입니다."
 
지난 5월6일 금융위원회는 솔로몬, 한국, 한주, 미래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벌써 세번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다. 금융위 발표 다음날인 7일 오전 방문한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사 앞에는 10여명의 고객이 본점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었다.
 
당초 예상됐던 고객의 농성이나 대규모 인출(뱅크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몇번의 저축은행 퇴출을 겪으면서 5000만원 이하의 원리금은 보전해준다는 '예금자보호법'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이었다. 그러나 몇몇 고객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잠실에서 온 60대 부인은 "상품에 가입한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킨 직원이 원망스럽다"며 "정보가 있는 사람들은 미리 돈을 찾았을텐데 난 그렇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서울 신림동에서 온 50대 부인은 업계 1위의 저축은행이 무너진 것에 대해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제일 커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서 아침부터 달려왔다"고 말했다.
 
한 80대 노인은 "지난 금요일에 돈을 찾으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번호표만 받아왔다"며 "나는 714번인데 언제 돈을 찾을 수 있느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 노인은 번호표만 쥔 채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후 소비자들은 애써 담담해했지만 저축은행을 향한 불신은 끝없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경악할만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는 남은 신뢰마저 상실하게 했다.
 
◆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어떻게 되나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앞으로 6개월간 정상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들 저축은행은 건물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이미 부실로 낙인찍힌 저축은행의 회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은 향후 정상화되지 못하면 매각절차를 밟게 된다. 대표적으로 금융지주나 증권사에 매각하는 제3자 매각, 또는 예보(예금보험공사) 소유의 가교저축은행으로 계약이 이전된다. 또 드물긴 하지만 최악의 경우 파산처리 될 수도 있다.
 
이번 퇴출위기에서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저축은행들의 상황도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업계 1위로 올라선 현대스위스저축은행부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미 현대스위스3저축은행의 지분 30%를 KG케미칼에 넘기기도 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향후 증자를 통한 외자유치 등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3위로 부상한 경기저축은행, 업계 4위의 진흥저축은행은 한국저축은행 영업정지의 영향 아래에 있다. 경기저축은행은 한국저축은행의 손자회사이고, 진흥저축은행은 경기저축은행의 자회사다. 한국저축은행은 자회사인 진흥저축은행을 통해 경기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게 심각한 문제"라며 "지난해 영업정지 됐던 대형저축은행들은 그래도 금융지주사에 인수돼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솔로몬 등 저축은행 매각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싸늘하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인 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이미 인수한 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키기에도 빠듯한 눈치다.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은 이미 "저축은행 자체가 인수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며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또한 외환은행 인수로 여력이 많지 않고,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지금은 저축은행 인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저축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믿을만한 저축은행 찾기
 
과거 우량저축은행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른바 '88클럽'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8%를 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8% 미만인 저축은행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퇴출된 부실 저축은행들은 회계장부까지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소비자들은 더 이상 88클럽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미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계속 믿고 거래할 만한 저축은행은 어떻게 찾아야 할지 금융소비자의 고민이 깊다. 이에 대해 이시연 연구원은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거액여신이 부동산쪽에 얼마나 쏠려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연체율이나 부실화 등 중요 지표들을 소비자가 찾아보고 확인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정기검사를 통해 저축은행이 주기적으로 업무보고를 하도록 했다"며 "건전성이 악화되면 바로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여전히 불안하다면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원 이하만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떠안고 거래해야 한다는 얘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