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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서부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 잡은 금정산 자락. 그 품에 안긴 관록의 여행지 금정산성과 범어사는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따듯하게 사람을 품어준다. 여행자의 낯선 마음, 처음 내딛는 발걸음조차 옛날부터 알았다는 듯이 푸근하게 안아준다.(편집자주 식으로 넣어주세요)
아주 오래 전, 이 땅에 처음으로 인류가 등장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을 이루는 한반도 지형이 크게 변한다. 한반도 산맥의 근간인 백두대간이 북쪽 백두산에서 남으로 내려오다가 태백산맥을 이뤘는데, 그 끝부분인 포항 부근에서 부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 때 생긴 게 금정산맥이며 그 산맥은 지금의 부산앞바다로 들어가 대한해협과 맞닿는다. 그 중심이 되는 산이 부산의 금정산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금정산은 산맥의 주봉으로서 여러 산과 봉우리들을 거느리며 부산 앞바다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오르면 기암괴석과 거대한 바위들이 천지를 개벽했던 지각변동의 힘을 아직도 품고 있는 듯하다.
금정산성 남문
범어사 대웅전 앞 풍경
◆도시의 아름다움, 혼돈에서 발견한 또 다른 질서
가을이 시작되는 자연 속에는 무더위와 기습적인 폭우가 게릴라처럼 잠복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를 뚫고 가을이 숨어 있는 금정산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부산 금강공원에서 시작되는 금정산 산행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금강공원 아래부터 등산로를 따라 걸어서 산을 오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금강공원 케이블카를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간 뒤 거기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1.3km 구간의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금정산은 기암괴석과 큰 바위가 얽힌 화강암지대로 힘이 있어 보였다. 그와 함께 쭉쭉 뻗은 소나무가 숲을 이뤘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저 남쪽 끝에 부산의 상징물이 된 광안대교가 보인다. 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다리가 장난감 같아 보이고 그 앞에 놓인 도심의 고층빌딩과 옹기종기 모인 집들은 성냥갑 같다.
5분 여 동안 운행하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부산의 도심 풍경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 같았다. 부조화와 무질서, 혼돈으로 뒤섞인 도심의 건축물들을 어느 순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다 보면 ‘우연’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게 되고 그 질서는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금정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발견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바다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도심 빌딩 골목을 휘휘 돌아 금정산 소나무 숲을 뒤흔든다. 도심에서 이만한 숲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바람에 숲이 통째로 흔들리고 그 숲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작은 암자가 하나 보인다. 그 순간 숲은 바다가 되고 도심은 뭍이 된다. 숲의 흔들림은 도심으로 들이닥치는 파도가 된다. 섬이 된 숲 속 작은 암자가 파도에 밀려 자꾸만 뭍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금강공원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본 공원숲과 도심
범어사 대숲
◆금정산 숲길에서 크게 한 번 숨을 쉬다
케이블카 정상에서 내려 금정산의 속살에 첫 발을 내딛는다. 거기서 1.2km만 가면 금정산성의 남문이 나온다.
금정산성의 원래 이름은 동래산성이다. 성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큰 전쟁을 겪은 숙종 임금 때 성을 개축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둘레 길이가 무려 18km 정도다.
숲 사이사이에 여행자의 목을 축일 수 있는 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인 부자(父子)가 한국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평일인데도 숲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 어렵지 않게 산길을 걷다보니 ‘하얀집’이라는 숲속의 식당이 보였다. 점심을 거른 탓에 잠시 쉬었다 갈까 생각하다가 남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에 다녀와서 먹겠다고 약속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남문은 있었다. 그렇게 웅장하지는 않지만 산의 지형을 이용해 돌로 성벽을 쌓고 문을 세웠다. 성벽은 학의 날개 모양으로 성 안으로 통하는 길을 에워싸고 있었다. 험한 산세 자체가 철옹성인데다가 그 위에 성을 쌓았으니 산성 자체의 위용은 대단했을 것이다.
성벽에 낀 이끼에서 세월을 보고 돌아오는 길, 아까 들렀던 숲 속의 식당 ‘하얀집’ 파라솔 아래 앉아 막걸리와 국수를 시켰다. 산행에 따르는 필수조건 중 하나가 막걸리와 국수다. 몸이 지치면 밥보다는 국수가 ‘술술’ 잘 넘어가고, 달아 오른 몸을 식히기에는 시원한 막걸 리가 제격이다.
막걸리는 시원했고, 국수는 맛있었다. 점심때를 놓친 이유도 있었겠지만, 시원한 막걸리를 연거푸 세잔 들이켰더니 팍팍했던 다리가 풀렸다. 이어 뜨거운 잔치국수가 나왔는데 양념간장을 많이 탔는지 약간 짰다.
땀을 식히고 산행의 필수조건도 충분하게 채웠으니 이제는 돌아갈 일만 남았다. 터벅터벅 갔던 길 다시 걸어오며 소나무 숲의 향기를 가슴 한가득 머금었다.
◆산책 같은 범어사 가는 길
케이블카를 타고 금강공원으로 내려와 택시를 탔다. 금강공원이 금정산의 남쪽 끝이라면 범어사는 금정산의 북쪽 끝이다.
678년(신라 문무왕 18년) 의상대사에 의해 세워진 범어사는 역사적 가치 이전에 우선 절집이 예쁘다. 오래된 느낌의 건물들이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절 입구는 계곡이다. 작은 계곡을 지나면 길 양쪽에 탑과 비석, 글자를 새긴 돌, 당간지주 등이 서 있다. 그리고 일주문인 ‘조계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이 문이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조계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면 천왕문이 나오고 그 다음이 불이문이다.
일주문인 조계문은 세속과 비속의 경계이며 그 다음 만나는 천왕문은 부처와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있는 곳이다. 사천왕은 이른바 불법의 외곽 수문장인 셈이다. 세속을 버리고 비속의 세계로 들어와 불법에 정진하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문을 지나면 불이문이 나오는데, 불이문은 ‘진리는 둘이 아니다’라는 뜻에 기인한 말로 해탈의 경지에 이름을 말한다. 그래서 불이문을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그 문을 모두 거쳐야 정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토의 세계가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절집이 있는 절의 안마당인 셈이다.
범어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미륵전, 나한전, 지장전, 산신각, 독성전, 팔상전 등 수 많은 절집들이 그 상징과 쓰임에 맞는 크기와 위치에 절도 있게 배치돼 있다.
범어사가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절 건축물의 외관이며 단청이 오래돼 보인다. 칠 벗겨진 단청과 비틀린 기둥과 문틀에서 오래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대웅전 처마 아래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절집 기와 너머로 희미한 산줄기가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놓은 기와 자체도 너울처럼 굽이쳐 흐르는 것 같았다. 금정산 중턱 푸른 숲을 배경으로 중첩된 건물의 기와지붕 용마루가 교차하는 모습이 한국의 산을 닮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절집 돌담길을 걸어가는 스님 세 분의 뒷모습을 보았다. 촌부의 저녁 어스름 걸음처럼 유유자적하다.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금정산성(금강공원) : 경부고속도로 구서IC - 금강공원
범어사 : 경부고속도로 노포IC - 범어사
대중교통
금정산성(금강공원) :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온천장역에서 내린 뒤 걸어서 15분 거리.
범어사 :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범어사역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면 된다. 범어사역 부근 ‘범어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90번 버스를 타고 범어사 앞에서 내리면 된다.
<숙박>
부산 시내 숙박시설이 많지만 기왕이면 부산 광안리~송정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음식>
부산은 돼지국밥, 밀면, 완탕, 자갈치시장 꼼장어 그리고 서면 뒷골목 길거리 음식 등 먹을 게 넘쳐난다. 금정산성 여행자라면 산성 ‘하얀집’ 국수와 막걸리 맛을 한 번 봐야 한다.
<금강공원 안내>
입장료 없음.
케이블카요금 : 왕복 7000원, 편도 4000원.
주차요금 : 기본 10분 이내 200원, 10분 초과 후 10분 당 200원.
문의 : 051-860-7880
<범어사 안내>
입장료 없음.
통행료(주차요금) : 3000원
템플스테이 : 범어사는 일반인들이 사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문의 : 051-508-3122. www.beomeosa.co.kr. www.beome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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